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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세 부담 늘면 여성 활동 위축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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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저출산 대책에 들어갈 재원 마련을 위해 자녀가 없거나 적은 맞벌이 부부 등에게 주던 근로소득 추가공제 혜택을 없애겠다고 하자 여성계가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적극 권장하던 정부가 갑자기 저출산 대책이라며 맞벌이 부부의 세금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은 역효과를 빚을 것이란 지적이다. 네티즌들도 1일 재경부 홈페이지에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들의 세금 탈루가 심각한데도 별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유리알 지갑'인 맞벌이 부부 등만 쥐어짠다"라는 글을 올려 항의했다.

◆ 여성계 반발=1일 여성단체협의회 변주연 팀장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적극 장려해야 하는 마당에 직장에 다니는 여성의 세금 부담을 늘리면 여성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31일 1~2인 가구의 근로소득세 추가 공제를 없앨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맞벌이 부부가 추가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 세금 부담이 연간 35만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

이는 출산 장려를 위해 육아휴직 장려금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른 쪽에서는 직장 여성들의 세금 부담을 높여 출산을 더 꺼리게 하는 대표적인 엇박자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국내 15세 이상 여성 중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인 경제활동인구는 975만 명(2005년 말 기준)으로 15세 이상 여성의 50.1%로, 남자의 경제활동 참가율 75.2%에 훨씬 못 미친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정현백 공동대표는 "1~2인 가족에 대한 추가공제를 폐지하겠다는 방안은 아이를 적게 낳는 가족이 저출산 문제를 책임지라는 식"이라며 "간신히 면세점을 넘는 저소득층 여성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향숙 전문직여성클럽 한국연맹 회장도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놓고 아이 없는 맞벌이 부부에게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단체연합 박차옥경 부장은 "정부가 돈 씀씀이를 아끼고 고소득 자영업자들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걷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 네티즌 항의=재정경제부 홈페이지에도 정부 방침을 비난하는 네티즌의 항의성 글이 100여 건 올라왔다. '직장 맘은 봉'이라는 ID(회원번호)를 가진 네티즌은 "맞벌이 가구에 대한 추가 공제 폐지는 직장 다니는 엄마들을 좌절시키는 정책"이라며 "한 달에 아이 보육료로만 많게는 70만원 이상 내는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분통 터진다"고 말했다.

ID '한국 아줌마'씨는 "축구팀만큼 아이를 낳지 않고,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살림이 더 궁색해질까봐 두렵기 때문"이라며 "당장 몇 만원에 쩔쩔매는 국민을 더 아프게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 등 자녀가 없거나 적은 가족의 근로소득자에게 추가 공제 혜택을 준 결과 자녀가 많은 가정보다 더 혜택을 보는 문제가 있어 이를 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란.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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