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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격변기 소재 소설 잇달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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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의 정치격변기를 다룬 소설들이 대거 집필되고 있다. 유신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10·26과 80년대 아픔의 시작인 광주의 5·17 등 2개의 큰 사건을 직접적 배경 내지는 주제로까지 도입한 작품들이 지난 6월 이후부터 불기 시작한 문화계의 민주화의지 표출과 함께 장편단행본·소설모음집·문예지 게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그동안 이 시기를 소재로 한 작품활동은 동시대의 이야기이자 새로운 변화추구의식이 담겨 있다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금기시 되어 왔으나 최근 들어 새 시각을 가진 젊은작가들을 주축으로 해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검열의 벽을 허물며 우리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장편으로는 김인숙씨의 『70∼80, 겨울에서 봄사이』, 김남일씨의『청년일기』 등이 있으며 문정대·한승원·윤정모·김유택·이영옥·정도상씨 등의 작품을 게재한 광주소설선집 『일어서는 당』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함께 그동안 게재가 쉽지 않았던 월간지·계간지도 문호를 개방해 임철우·김제철씨 등의 사회성 높은 작품들도 발표되고있다.
이들 중 가장 관심을 끌고있는 소설선집(인동출판사·10월 중순 발간예정)을 살펴보면 표제소설인 문순대씨의 『일어서는 땅』을 비롯해 김유택씨의 『목부이야기』,박호재씨의『다시, 그 거리에 서면』 ,정도상씨의 『십오방 이야기』 등 11명의 작가가 중·단편을 발표하고 있다.
문제작으로 꼽히는 김유택씨의 『목부이야기』는 망월동묘지 주변의 시체매장인부들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박호재씨의 『다시, 그 거리에 서면』은 실종된 남동생을 찾는 여교사와 가족들의 고통을 그리고 있다. 또 데뷔작품이기도 한 정도상씨의『십오방 이야기』는 5·17때의 가해자인 한 공수부대대원의 의식세계를 통해 80년대 광주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최근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 중 주목을 받는 것으로는 임철우씨의 『수의』(「문예중앙」가을호)와 김제철씨의 『우울한 귀대』(「세계의 문학」가을호)등이 있다. 『수의』 는 친구의 죽음을 관망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정신병동에 들어간 한 청년이야기를 담고 있으며,『우울한 귀대』는 계엄이 선포된 가운데 모교를 방문한 한 전방군인의 체험기를 진솔하게 다루어 공감을 주고 있다.
장편으로는 10월 중순에 출간예정인 김남일씨의『청년일기』와 현재 1권이 발간된 김인숙씨의 『70∼80, 겨울에서 봄 사이』 (전3권 예정) 등이 있다. 『청년일기』는 79년 YH사건에서부터 5·17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79∼80,겨울에서 봄 사이』는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읍니다」라는 말로 시작되어 역시 5·17을 심도 있게 다뤄나갈 예정이다.
이런 동시대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들이 쏟아져 나오는 추세에 대해 평론가 김명인씨는 『그 정치적 격변기를 다룰 작가적 역량이 성숙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평론가 현준만씨는 『젊은 작가들의 이 작업이야말로 시대의 아픔을 형상화하지 못함으로써「소재의 부재」라고 불려졌던 80년대 초·중반의 부진을 말끔히 씻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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