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빅3 후보 각종 의혹에 발목 … 프랑스 대선 혼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에서 후보들의 지지율이 급변하며 혼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지율 1위를 달려온 극우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가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에 이어 ‘허위 고용’ 의혹 수사라는 암초를 만났다. 39세의 중도파 신예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좌·우 협공을 받아 일부 조사에서 지지율 3위로 떨어졌다.

르펜, 레바논서 히잡 거부해 파문 #피용, 지지율 20%로 올라 2위로 #마크롱, 좌·우 협공 받아 3위 추락

반(反)난민 정책과 유럽연합(EU) 탈퇴를 예고하며 승승장구하던 르펜의 공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 프랑스 경찰은 지난 20일(현지시간) FN 당사를 압수수색했다. 유럽의회 측은 르펜이 정당 보좌관을 유럽의회 보조관으로 등록한 뒤 2010년 12월부터 2016년까지 월급으로 29만8000유로(약 3억6200만원)을 줬다고 문제삼았다. 르펜이 보디가드도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등록해 2011년 4만1500유로를 부당하게 타냈다는 주장도 있다.

악재를 만난 르펜은 21일 방문한 레바논에서도 구설에 올랐다. 수니파 이슬람 지도자인 셰이크 압델라티프 드리안을 만나려다 히잡 대용으로 머리에 흰색 스카프를 쓰라고 하자 거부하고 돌아섰다. 해당 종교단체는 “무례한 행위”라는 비난 성명을 냈다.

마크롱은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에게 발목이 잡혔다. 피케티 교수는 마크롱이 거액 금융자산가들의 부유세를 줄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방송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은행가 출신이 금융자산가들에게 큰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케티는 좌파인 사회당 브누아 아몽 후보가 내건 기본소득 공약을 지지했다.

마크롱은 지난주 알제리를 방문해 “프랑스의 식민통치는 반인권적 범죄”라고 말했다가 보수층이 반발하자 사과하기도 했다. 21일에는 런던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30분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면 은행가와 연구자, 학자 등 영국에서 일하던 재능있는 이들을 프랑스로 데려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21일 엘라베와 렉스프레스·BFM TV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르펜이 27%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아내와 자녀의 보좌관 고용 의혹에 시달리던 피용이 20%로 2위로 올라섰다. 마크롱은 5%포인트 하락한 17%로 3위로 처졌다. 14%대 지지를 보이는 아몽과 강경좌파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최근 만나 연대를 모색하는 등 합종연횡도 시작되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