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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한복강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이 색동저고리와 금박 찍은 꽃분홍치마는 5세짜리 조카딸 추석빔이고, 6세· 5세 두 아들 아이 것으로는 보라색 바지저고리에 자주색 마고자를 지었어요.』 재봉틀 다루기부터 배워 한복강좌 수강3개월째인데 벌써 가족 모두의 옷을 만들었다고 주부 안영숙씨(34· 서울 하월곡1동)는 스스로도 대견해한다.
주부 배차남씨 (33· 서울 정릉1동) 역시 한복강좌수강2개월째인데 단돈 3만원의 재료비로 보라색 바지, 옥색 저고리, 자주색 마고자의 시아버님 한복 한 벌을 추석선물로 마련했다고 자랑한다.
추석을 1주일 앞두고 서울하월곡동 「생명의 전학」 종합사회복지관 3층 강당에서는 한복강좌가 열리고 있다. 15대의 재봉틀이 비치된 강습실에서는 강사 이난영씨 (50)의 설명을 들어가며 14명의 주부들이 가족들의 추석한복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86년 4월 복지관 문을 연 이후 한복강좌를 열어달라는 요청이 계속 높았습니다. 지난 4월 시작하자 수강생이 연잇고 있는데 주부가 90%정도, 2개월 초급강좌만 끝내도 웬만한 한복은 만들 수 있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는 것이 「생명의 전화」 종합사회복지관 이진숙 사업부장의 얘기다.
금년 2월 개관한 마포부녀복지관의 경우도 10개 강좌중 한복강좌의 인기가 높아 20명 정원반을 하루 오전·오후·야간 총3반이나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4개월 코스를 끝내면 남녀 아동과 성인의 평상복은 물론, 까다롭다는 두루마기 깨끼옷을 짓는 솜씨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것.
그밖에도 사회복지 기관으로는 최초로 81년 한복강좌를 시작한 구로부녀복지관을 비롯하여 아현직업학교·중앙부인회등이 한복강좌를 열고 있다.
사설학원으로는 60년에 첫 한복학원으로 문을 연 선미 한복학윈 (원장 박오례)을 비롯하여 최근1, 2년사이 약30여곳으로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할머니,어머니로부터 대물림으로 선해지고 익혀지던 솜씨가 학원에서 배우는 솜씨가 되고 새삼 인기를 모으는 것은 전반적인 「한국문화의 뿌리 찾기」 「우리것에의 재인식」이라는 사회분위기와 관계가 깊다는 것이 우리 옷협회 이리자 회장의 이야기.
『최근 3, 4넌 사이, 특히 한복을 많이 입은 86아시안게임 이후 한복에 관한 일반의 인식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88년 올림픽때는 더할 것입니다. 이제는 예복외에도 젊은이들도 호사하는 기분으로 옷을 입을때 한복을 입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안희상 관장은 또한 평면 재단의 한복 짓기는 비교적 여성들이 쉽게 익힐 수 있고 살림살이를 하면시도 큰 시설투자 없이 부업으로 활용할 수 있어 한복강좌가 인기인 것 같다고 풀이한다.
한편 한국직업기술 검정공단이 84년부터 한복기능사(1, 2급) 자격제도를 만들어 한복 짓는 솜씨를 공인기술로 인정한 것도 한복강좌인기에 영향을 주었으리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87년 현재 한복기능사 1급자격증 소유자는 16명, 2급은 1백67명에 이른다.<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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