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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판 안보-알권리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박병종<홍콩 특파원>
최근 본토를 방문하고 귀국한 두 자유중국기자의 법적 처리문제를 놓고 자유중국이 38년간 다져온 언론통제체제가 해빙의 진통을 겪고 있다.
자유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조심스럽게 추구하고 있는 대중공 개방정책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두 기자와 이들을 보낸 자립만보사장을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개방은 하되 개방의 물결은 정부가주도해야지 사회의 민간부문이 앞서가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는것이 국민당의 의지인듯하다. 이에대해 자립만보측은오랫동안 모만언론이 묵묵히 겪어온 통제자체에 도전하는 계기를 이번 사건에서 찾고있다. 그래서 두기자의 처리문제는 안보를 앞세운 정부의 통제의지와 국민의 알권리를 앞세운 언론자유 원칙의 충돌이라는 고전적이고 숙명적 대결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두기자와 사장에 대해 해외취재 신청서 허위기재 혐의라는 법적제재 형식을 선택했다.
이에대해 자립만보측은 정부언론통제를 반대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국내외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양측이 서로 곁으로는 이처럼 으르렁거리면서도 실제에 있어서는 서로가 대세앞에서 자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쪽은 국가안전법과 같은 무시무시한 법이 있는데도 이 몽둥이는 숨긴채 공문서 허위기재라는 비교적가벼운 법을 적용하고 있다.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3년이하의 징역, 또는벌금형 정도의 솜방망이로 맞게된다. 정부가 음성적이고 탈법적인 압력을가하고 있다는 증거도 보이지 않는다.
신문쪽에서도 행정소송이라는 법 절차를 통해 자신의 권익을 옹호하려하고 있다. 변혁을 겪으면서도 현존법체계 안에서 변화의 소용돌이를 소화시키려는 쌍방의 의지는 문제해결이 결국 무리없이 마무리지어질 것임을 예견케 해준다.
표면적인 현상으로 한국은 자유중국보다 민주화작업이 더욱 구체적이고도 앞서있는것 같다.
그러나 최근 월간지의 발간 지연사태를 둘러싸고 우리 주변에서 지켜본 경위와 비교해보면 자유중국의 당사자들이 이번 사건에 임하는 자세가실질적으론 더 어른스런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을 금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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