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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시대 … FRB 새 의장 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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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일(현지시간) 18년간의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시대가 끝나고, 버냉키 시대가 막을 올렸다. 버냉키는 지난해 10월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없는 견실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린스펀 정책 유지하겠다"=버냉키는 FRB 의장으로 지명된 직후인 지난해 10월 이렇게 밝혔다. 버냉키는 그린스펀과 같은 '인플레이션 억제론자'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장 금리 인상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진작과 진화를 위해 적극적인 금리정책을 폈던 그린스펀과 달리 버냉키의 금리정책은 보다 소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버냉키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설정한 뒤 그 범위 내에서 물가가 안정되도록 금리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은 FRB의 정책 변화가 클 것 같지 않지만 전체적인 변화의 폭과 속도는 그의 구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3월 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 쌍둥이 적자 등 산적한 과제=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를 일컫는 쌍둥이 적자가 버냉키로서는 큰 부담이다. 미국은 지난해 7000억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와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치솟는 고유가와 부동산 경기 냉각도 당면한 과제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미국의 재정적자와 공공 지출이 통제 불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방 재정적자는 GDP의 2.6% 수준으로 과거와 비교할 때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다"고 낙관론을 폈다.

◆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구미경제팀 권성태 차장은 "버냉키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가속화한다면, 경기 침체는 심화되고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버냉키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관련, "중국 등 대미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온 국가들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한국 등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국가에 대해 통화가치 절상이나 통상 압력이 높아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버냉키(52)는='현학적이고 모호한 화법'을 즐겨 쓴 그린스펀과 달리 버냉키는 복잡한 경제 현상을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스타일이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MIT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부터 3년간 FRB 이사로 일했다. 시장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아탑 학자'라는 우려도 있다. 공화당원이지만 정치적 색깔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익재 기자


<버냉키의 말말말>

▶FRB 정책 관련

"내가 FRB 의장으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그린스펀의 정책들을 이어가는 것이다"-2005년 10월 24일, 부시 대통령이 지명했을 때

▶경상수지 적자 관련

"중국 위안화 환율이 좀 더 유동적일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2005년 11월 15일, 미 상원 인준 청문회

▶부동산 경기 침체 관련

"일자리와 수입 증대, 토지의 제한 공급, 낮은 모기지론 금리가 주택 가격을 급상승시켰다. 조만간 주택 가격은 조정받을 것이다" -2005년 11월 22일, 짐 버닝 상원의원의 질문에 서면 답변

▶정치권의 압력 관련

"인준 후에는 모든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하겠다" -2005년 11월 15일, 미 상원 인준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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