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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 충돌 방지, 핸들링 자동 제어 … BMW 더 똑똑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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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클래스에 뺏긴 수입차 1위 탈환 나선 ‘뉴 5시리즈’

BMW가 21일 공개한 7세대 뉴 5시리즈. BMW 5시리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제네시스 G80과 함께 한국 고급 중형 세단 시장의 절대 강자다. [사진 각 사]

BMW가 21일 공개한 7세대 뉴 5시리즈. BMW 5시리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제네시스 G80과 함께 한국 고급 중형 세단 시장의 절대 강자다. [사진 각 사]

8년 간 누렸던 ‘수입차 1위’ 자리를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에 넘겨준 BMW가 회심의 카드를 내놨다. 21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 타워에서 공개한 ‘7세대 뉴 5시리즈’다. 5시리즈는 1972년 이후 전 세계에서 790만대가 팔린 인기 모델이다.

차체 커졌는데 무게는 115㎏ 줄어 #급감속 할 때 차량 미세하게 쏠림 #뛰어난 정숙성 속도 체감 어려워 #현대차 제네시스 G80도 경쟁 가세 #고급 중형 세단 시장 승부 가속도

BMW의 가솔린 모델 530i를 타고 오전 11시 8분 파르나스 타워를 출발해 정오쯤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 도착하기까지 편도 65㎞ 구간을 주행했다. 차량 외관은 6세대 모델에 비해 날렵해졌다. 쿠페를 바탕으로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쿠페는 뒷좌석 천장이 짧거나 경사져 주로 2인승 차량으로 사용하는 승용차다. 주로 4~5인승인 세단과는 활용도가 적지만 실루엣이 날씬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쿠페 스케치를 바탕으로 했지만 실내 공간은 오히려 넓어졌다. 전장(4935mm)·전폭(1868mm)·전고(1466mm)가 모두 길고 넓어졌다. 경쟁 모델인 E클래스(4925mm*1850mm*1460mm)보다도 크다.

차량 뒷좌석에 탑승하자 아무래도 쿠페형 특유의 디자인으로 크기에 비해 협소하게 느껴졌다. 뒷좌석 천정에 달린 램프도 툭 튀어나온 듯해서 답답한 느낌을 더했다. 크롬 재질을 적용한 글로브박스 상단은 인테리어 측면에서 나쁘지 않았지만, 전면으로 돌출해 보조석 탑승 시 답답한 느낌을 준다.

반면 운전석에 탑승하면 시야가 확 트였다는 느낌이 든다. 대시보드 높이를 낮추면서 상단을 깨끗하게 비웠다. 계기판도 미니멀하게 축소하고, 추가 운행 정보가 필요한 부분은 전면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up display·운전자 앞 유리창에 그래픽 이미지로 운행 정보를 투영하는 장치)를 도입해 보완했다.

차체는 커졌지만 공차중량(1695~1719㎏)은 E클래스(1770㎏)보다 오히려 가볍다. 볼프강 하커 BMW그룹 5시리즈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총괄은 “차체 소재로 사용하는 금속 중 알루미늄 비율을 늘려 공차 중량을 115㎏ 줄일 수 있었다”며 “차체는 가볍지만 강성은 15%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가속력은 돋보였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직선 가속 구간에서 180㎞/h까지 수동 8단 모드로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자, 변속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러운 가속 성능을 자랑했다. 고속 주행시에도 정숙성이 뛰어나 속도를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4초간 무의식적으로 가속페달에 슬쩍 발을 올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160㎞로 주행하고 있었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계기판이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가속력이 한 층 업그레이드된다. 다만 140㎞/h에서 60㎞/h로 급감속하자 차량이 미세하게 왼쪽으로 쏠리며 불안정하게 제동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작동하는 ABS시스템(급제동할 때 바퀴가 잠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 브레이크)은 안정성을 준다.

현가장치(suspension)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으로 세팅해 충격흡수력이 좋은 편이다. 무른 건 아니지만, 외관의 날렵한 이미지만큼 서스펜션이 단단하지는 않다.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판매 대수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판매 대수

5시리즈는 자율주행차에 준하는 신기술을 다수 탑재했다. 앞서 가는 차량이 급제동할 경우 속도를 줄여 충돌을 방지하는 기능(레인 컨트롤 어시스턴트)이나, 정속주행시 가속·제동·핸들링을 제어하는 장치(인텔리전트 스피드 어시스트)를 활용하면 반자율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운전자가 차선을 이탈할 때 스티어링휠에 진동이 오는 ‘차선 유지 보조 및 액티브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은 수차례 오작동했다. 시승 당일은 햇살이 좋아 가드레일이 도로에 선명한 그림자를 남겼는데, 이를 차선으로 인식한 듯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진 각 사]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진 각 사]

뉴 5시리즈의 가세로 고급 중형 세단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E클래스(2만2837대)다. 아우디 A6(8380대)와 렉서스 ES시리즈(6600대)도 매년 5000대 이상 팔린다. 동급인 국산차 제네시스 G80(4만2754대)까지 감안하면 고급 중형 세단 시장의 외형은 계속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에서 BMW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파상공세에 밀려있는 상황이다. 2009년~2015년 수입차 판매 1위였지만, 지난해(4만8459대) 벤츠(5만6343대)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는 5시리즈와 동급인 벤츠의 중형 세단 E클래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결과다.

제네시스 G80. [사진 각 사]

제네시스 G80. [사진 각 사]

이날 출시한 5시리즈는 ‘E클래스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모델이다. 대형 공기 흡입구와 사이드 스커트 트림, 경합금 휠 등으로 구성된 ‘M 스포츠 패키지’를 국내에 출시하는 모든 뉴 5시리즈에 기본 장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스포츠 패키지를 장착하면 공기 흐름이 부드러워지고 고속 주행시 성능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어, 통상 출시 3~4년이 지나면 마지막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BMW가 5시리즈를 출시하면서부터 전면 장착하는 것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BMW 입장에서 E클래스를 시급히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인천=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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