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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기 알뜰히 모아 650만 t 판매한 LS니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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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동광석 용액을 냉각수로 식히는 과정에서 생긴 수증기. 이를 모아 에너지로 쓴다 [사진 LS니꼬동제련]

동광석 용액을 냉각수로 식히는 과정에서 생긴 수증기. 이를 모아 에너지로 쓴다 [사진 LS니꼬동제련]

2000년 초 어느 날. LS니꼬동제련 울산 울주군 온산 제련소 직원들은 용탕(鎔湯·광석을 녹인 용액)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를 팔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제련 때 발생, 열기 재활용해도 남아 #직원 아이디어로 인근 공장에 판매 #사가는 기업도 친환경이라 이득

연간 68만t의 전기동(電氣銅·전기분해를 거친 고순도 구리)을 만들어내는 온산 제련소에선 주요 재료인 동광석을 녹이는 과정에서 대량의 수증기가 발생한다. 동을 녹일 때 최고 온도가 125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가공 전 알맞게 식히는 냉각수 순환 설비가 마련돼 있다. 용탕을 식히는 냉각수가 증발하면서 고온의 증기가 발생한다. 그냥 두면 공장 시설이 습해져 어차피 환기 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온산제련소는 1979년 준공 때부터 증기터빈을 설치해 수증기 발전을 가동해 왔다. 하지만 발전기를 다 돌리고도 발생 수증기의 절반 정도는 남아돌아 사라졌다. 에너지 혁신을 고심하던 중이라 이를 다른 곳에 팔면 어떠냐는 제안이 나온 것이다.

수백억 원을 투자해 설비를 추가해야 하고 공급 파이프라인도 만들어야 했다. 2005년 설비 설치가 마무리되자 바로 이웃에 있는 한국제지가 수증기를 사가겠다고 나섰다. 제지사에서는 펄프를 말리는 공정에 수증기의 열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같은 온산 공단에 있는 정유사도 2008년부터 발전기를 돌리기 위해 수증기를 사가고 있다. 온산 공단 내 탱크터미널 업체들은 각각 액체화물을 적정 온도로 유지하는데 수증기를 이용한다. 온산제련소장 김영훈 전무는 “수증기 생산과 판매는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파트너사들의 신뢰와 협력이 이룬 결실”이라고 말했다.
판매 금액도 쏠쏠하다. LS니꼬동제련은 수증기 매출이 발생한 첫해인 2006년엔 76억원을 벌었다. 연평균 60만t을 팔면서 지난해까지 10년간 누적 판매 증기가 650만 t을 넘었다.

수증기를 사가는 기업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다. 우선 공장에서 두루 쓰이는 벙크C유보다 친환경적이다.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특히 석유화학 업계에선 탄소배출량 줄이기가 화두다.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배출권으로는 부족해 배출권을 거래소에서 사와야 하는 기업이 많다. 정부는 기업이 친환경 설비를 도입해 탄소배출을 줄일 경우 그 노력을 인정해 탄소배출권 할당량을 늘여준다.

수증기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시장에서 수증기 에너지의 1t당 가격은 유가 상황에 따라 3만~4만원을 오르내린다. 한동안 유가가 하락세라 수증기 판매량이 줄었지만 올해는 오름세라 판매 전망이 좋다. 고유가였던 2012년엔  수증기 매출이 280억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LS니꼬 동제련처럼 수증기가 발생하는 설비를 지닌 고려아연, 고려에너지, 유성 등도 증기 판매에 나서는 이유다. LS니꼬동제련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약 2배 정도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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