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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 대통령, 헌재 출석 일정 명백히 밝히는 게 도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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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변론 및 결정 선고 시기 등을 놓고 헌법재판소와 대통령 대리인단 간의 막바지 밀고당기기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불과 1주일을 앞당기거나 미루기 위해 건곤일척의 수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성사 여부에 따라 3월 13일 퇴임하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평결에 참여하는 8인 재판부 선고냐, 불참하는 7인 재판부 선고냐로 갈리기 때문이다. 전자일 경우 탄핵 인용을 주창하는 국회 쪽이, 후자일 경우 탄핵 기각을 바라는 대통령 쪽이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최종변론 시기 놓고 막판 기싸움 #1주일 연기가 8인, 7인 심리 갈라 #출석 여부·시기 밝혀야 혼돈 줄어

이미 한 차례 최종변론 연기 요청을 일축했던 이 권한대행은 어제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선 “24일로 예정된 최종변론 기일을 3월 2일이나 3일로 연기해 달라는 대통령 측 요청은 다음 변론기일(22일)에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변론에 박 대통령이 출석할지 여부를 22일 전에 알려달라는 단서를 달아서다. 만약 대통령이 출석하겠다고 한다면 최종변론을 단 며칠이라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날 헌재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준비 서면을 통해 요구한 네 가지 중 나머지 고영태 녹음파일의 법정 검증, 고영태 증인 채택, 대통령 출석 시 국회와 재판관의 신문 배제 여부 타진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계속 문제삼자 헌재 재판부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은 사실이다. 실제로 이날 심판정에선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변론할 게 있다고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이중환 변호사는 “재판의 공정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신문을 받는 게 국가의 품격에 좋겠느냐”며 거들었다.

문제는 이처럼 3월 초 연기, 변론권 보장을 거론하는 것이 향후 심판 결과 불복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는 점이다. 헌재가 만일 최종변론을 3월 초로 연기하면 재판관 평의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할 때 3월 13일 이전 선고는 빠듯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7인 재판부의 결론에 대해선 어느 쪽도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건 대통령의 결단이다. 박 대통령은 3개월 넘게 검찰과 특검의 조사 대상에 오른 형사상 피의자다. 만약 대통령이 아무런 죄가 없고 입증할 자신이 있다면 헌재의 법정이든, 특검의 조사실이든 당당히 나와 해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의 품격은 이미 박 대통령과 최순실에 의해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국가의 품격 운운하는 것도 상식적인 얘기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은 모르쇠 자세를 접고 헌재에 출석은 할 건지, 한다면 언제 할지 등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국민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모습을 부디 보여 달라. 그것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25일은 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날이다. 국가적 혼돈 상황에 마침표를 찍기 적당한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