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변론 시기 놓고 막판 기싸움 #1주일 연기가 8인, 7인 심리 갈라 #출석 여부·시기 밝혀야 혼돈 줄어
이미 한 차례 최종변론 연기 요청을 일축했던 이 권한대행은 어제 탄핵심판 15차 변론에선 “24일로 예정된 최종변론 기일을 3월 2일이나 3일로 연기해 달라는 대통령 측 요청은 다음 변론기일(22일)에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변론에 박 대통령이 출석할지 여부를 22일 전에 알려달라는 단서를 달아서다. 만약 대통령이 출석하겠다고 한다면 최종변론을 단 며칠이라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날 헌재는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준비 서면을 통해 요구한 네 가지 중 나머지 고영태 녹음파일의 법정 검증, 고영태 증인 채택, 대통령 출석 시 국회와 재판관의 신문 배제 여부 타진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 대리인단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계속 문제삼자 헌재 재판부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은 사실이다. 실제로 이날 심판정에선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변론할 게 있다고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왜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이중환 변호사는 “재판의 공정성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 신문을 받는 게 국가의 품격에 좋겠느냐”며 거들었다.
문제는 이처럼 3월 초 연기, 변론권 보장을 거론하는 것이 향후 심판 결과 불복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는 점이다. 헌재가 만일 최종변론을 3월 초로 연기하면 재판관 평의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할 때 3월 13일 이전 선고는 빠듯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7인 재판부의 결론에 대해선 어느 쪽도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 필요한 건 대통령의 결단이다. 박 대통령은 3개월 넘게 검찰과 특검의 조사 대상에 오른 형사상 피의자다. 만약 대통령이 아무런 죄가 없고 입증할 자신이 있다면 헌재의 법정이든, 특검의 조사실이든 당당히 나와 해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가의 품격은 이미 박 대통령과 최순실에 의해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국가의 품격 운운하는 것도 상식적인 얘기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은 모르쇠 자세를 접고 헌재에 출석은 할 건지, 한다면 언제 할지 등에 대한 명백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국민과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모습을 부디 보여 달라. 그것만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25일은 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날이다. 국가적 혼돈 상황에 마침표를 찍기 적당한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