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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훈련장 찾은 박찬호 "나는 투머치토커, 잔소리하러 왔다"

중앙일보

입력

"제 별명이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잖아요. 후배들에게 제가 잔소리하면 도움이 좀 되지 않을까요?"

17일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훈련이 진행된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야구장. 반가운 얼굴이 훈련장을 방문했다. 2006년 WBC 대표로 활약했던 '한국 야구의 전설' 박찬호(44). 그는 이번 대회를 독점 중계하는 JTBC의 야구 해설위원 자격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과 뜨거운 포옹을 나눈 박찬호는 코칭스태프와 후배들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특히 2012년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태균은 박찬호를 향해 90도로 깍듯이 인사를 했고, 박찬호는 김태균의 뺨을 어루만지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김인식 감독은 "2006년 WBC에서 박찬호는 선발,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 해줬다. 또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했던 국내 선수들에게 두려움을 씻어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도움이 됐던 기억이 난다. 선수들에게 세계 강팀들과 맞붙어볼 용기를 불어넣어줬다"고 말했다.
그가 훈련장을 방문한 건 자신의 경험을 담아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다. 박찬호는 유머를 담아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잔소리 좀 해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곳을 찾았다. 어차피 내가 '투 머치 토커' 아닌가.(웃음) 한국 야구의 보호자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해설도 하지만 조언도 잘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찬호 JTBC 해설위원과 일문일답.

오랜만에 김인식 감독님을 만났다.
"지난해 말에 인사를 드렸다. 당시에 대표팀에 대한 구상을 들었다. 처음엔 걱정이 많으셨는데 이제 유니폼을 입고 계신 모습을 보니 뭔가 잘 준비된 느낌이 든다. 잘해내시리라 믿는다."
2006년 WBC에 출전해 맹활약 했지만, 2009년 2회 대회를 앞두고는 눈물의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르기도 했다.
" 2006년 대표팀이 미국까지 가서 선전하고, 특히 일본과의 경기에서 계속 이기면서 메이저리그, 그리고 세계 야구에 강한 임팩트를 줬다. 2009년엔 후배들이 더 좋은 성적을 내면서 한 단계 더 성장된 한국야구의 모습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2006년 대회가 끝난 뒤 소속팀에 돌아갔을 때에는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2009년 역시 내가 출전하지 않았지만 많은 축하를 받았다. 2009년의 나처럼 이번 대회에 나가지 못한 메이저리거들이 많은 축하 인사를 받길 바란다. 오히려 그들 덕에 후배들이 출전 기회를 얻었고, 이 후배들이 한국야구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더 열정을 갖고 뛸 거라 생각한다."
대표팀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2006년에도 전력이 약하다고 했다. 그래도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나. 당시 메이저리거들이 있는 팀을 이기고, 또 일본을 3차례나 꺾었을 때조차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2009년에 우리가 또 보여줬다. 전력이 강하고 약하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선수들 모두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데이터 분석도 잘하고,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본다. (1라운드에서 탈락한) 2013년 3회 대회를 떠올리면서 설욕을 생각하면 목표가 더 뚜렷해질 거라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일단 서로를 믿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태어날 때부터 일본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마음을 갖고 모든 경기에 임하면 될 것 같다. 2006년에는 시골에서 서울에 막 상경한 사람처럼 메이저리그 시설, 또 그 시스템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교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이번 대표팀에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한국서 예선전을 치르기 때문에 더 큰 응원을 받게 된다. 힘이 더 날 것이다. 만약 대표팀이 미국(결선 라운드)까지 나간다면 야구 커리어에 엄청난 방향과 길이 다져질 것이다. 그런 목표를 갖고 관리 잘해서 잘하면 좋겠다."
기대되는 선수를 꼽자면.
"(오)승환이가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 '돌부처'라는 별명처럼 다른 선수들을 단단하게 잘 이끌 거라 생각한다. 일본,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해 경험도 풍부하고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돼 있는 선수다. 대표팀에 새로운 선수들이 많은데 그들의 플레이도 기대를 할 수 있다. 1회 대회에서 우익수 이진영, 유격수 박진만의 파인 플레이는 이승엽의 홈런 못지않은 임팩트가 있었다. 오승환이 경기를 마무리 짓는 모습, 김태균의 한 방. 그런 모습이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것이다. 내가 너무나 그리워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1라운드에서 만나는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에 메이저리거가 많은데
"강한 상대를 상대로 승리를 했을 때 더 큰 기쁨이 있다. 강한 사람들도 약점이 있다. 메이저리거들도 땅볼을 치고, 삼진을 당한다. 그 선수들의 약점을 잘 파악해서 '정확한' 플레이를 한다면 그들도 우리를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전 대회에서 미국도, 일본도 이겨봤다. 야구는 모른다. 일단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마음가짐의 차이라고 본다. 메이저리거들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 우리가그런 팀들과 선수들을 잡아낸다면 엄청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팬들도 그런 걸 원하지 않겠나."
지난 대회에 이어 해설위원으로서 대회를 지켜보게 되는데.
"지난 대회(2013년 WBC)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많이 아팠다. 내가 뭔가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차라리 제가 얻어맞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웠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노파심에, 잔소리 좀 해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곳에 왔다. 어차피 내가 '투 머치 토커' 아닌가.(웃음) 한국 야구의 보호자 입장에서 조언하려고 한다.한국에서 하는 만큼 거침없이 전진하는 대표팀이 되길 바란다. 해설이라는 일도 있지만 조언도 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오키나와(일본)=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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