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한 데서 기우제라도 지내야하나” 길어지는 겨울 가뭄에 속 타는 농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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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남지역에 봄 가뭄이 우려되는 가운데 서산시 해미면 산수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사진 충남도]

충남지역에 봄 가뭄이 우려되는 가운데 서산시 해미면 산수저수지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 [사진 충남도]

지난 15일 오후 충남 서산시 해미면 산수저수지. 상류는 물론 저수지 중간 부분까지 누런 바닥을 드러냈다. 저수지로 물이 유입되는 좁은 개천도 거의 말라 있었다. 산수저수지 저수율은 25% 수준. 지난해 2월 초 59%였던 저수율이 1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서산지역 강우량이 평년(1288㎜)의 71.5%인 921㎜에 그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인근 운산면 고풍저수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고풍저수지 저수율은 30%로 지난해 2월(60%)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두 저수지는 1933㏊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서산지역 강우량 평년 72%에 그쳐
산수저수지 등 저수율 30% 아래로

보령댐도 저수율 20%로 주의단계
경계단계로 떨어지면 금강서 급수
시·군 농업용수공급 대책마련 부심

해미면 산수리 강현목(69) 이장은 “수백 농가가 산수저수지에 의지해 농사를 짓고 있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며 “주민들 사이에선 ‘이미 때를 놓쳤다’ ‘용한 데 가서 기우제라도 지내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충남도와 일선 시·군이 농업용수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농업용수는 대부분 저수지를 통해 공급되는 데 지난해 말부터 저수량이 급격히 낮아지자 긴급 대책마련에 나선 것이다. 지난 13일 기준 충남도내 898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60.7%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1.9%P, 평년(30년 평균)보다 21.1%P 떨어진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산지역 저수지가 평균 40.4%로 가장 낮았다. 이어 홍성 52.8%, 보령 53.7%, 예산 57.1%, 청양 57.8% 등으로 대부분 충남 서북부지역에 물 부족이 집중됐다. 대규모 저수지 가운데는 예산 예당저수지가 60.5%, 보령 청천저수지가 48.1%를 유지하고 있다. 두 저수지 저수율은 지난해보다 각각 14.9%P, 3.5%P 낮고 평년과 비교해서도 31.1%P, 35.6%P 줄어든 규모다.

저수율이 낮은 이유는 지난해 충남도내 평균 강우량이 평년의 80.2% 수준인 103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254억원을 긴급 투입해 관정개발과 양수·송수시설 설치, 준설 등 337개의 용수확보 대책사업을 마쳤다. 저수량이 낮은 33개 저수지에는 224만t의 물을 모아두고 8개 저수지에는 양수시설을 새로 설치하고 있다.

보령과 서산 등 충남 서북부지역 8개 시·군 상수원인 보령댐도 저수율이 20%(주의단계)로 떨어졌다. 충남도는 보령댐 저수율이 경계단계에 도달하면 급수체계를 조정하고 지난해 2월 완공된 도수관로(금강 물을 끌어오는 관로)를 가동할 방침이다. 현재 추세로라면 3월 중순쯤 경계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충남도는 전망했다. 금강물을 조달해도 물이 부족하면 당진과 서천지역은 대청댐·용담댐 등 다른 곳에서 물을 끌어오기로 했다.

충남도 정규재 농촌마을지원과장은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서산과 홍성·예산지역에서 국지적 가뭄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진행중인 사업을 마무리해 영농철 용수공급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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