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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 차원 넘으면 처벌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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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A : 도박은 '우연한 승부'에 따라 일정한 재물을 주기로 약속하고 벌이는 행위를 말한다. 고스톱 등 화투놀이, 훌라 등 트럼프 놀이, 윷놀이, 홀짝, 삼치기 등뿐 아니라 일반 스포츠에서 돈을 놓고 대결을 벌이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이때 '우연'이란 승패가 도박에 참여한 사람의 기술.능력.숙련도 등에 따라 전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행운이 개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고법이 지난해 말 '억대' 내기골프를 쳐 도박죄로 기소된 세 명에게 "골프 승부에도 우연성이 작용한다"며 유죄를 선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가 도박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도박이 사행심을 조장하고, 폭행.사기 등 다른 범죄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박을 했다고 모두 처벌되는 건 아니다. 현행 형법이 단순한 흥미를 목적으로 한 '일시적 오락'의 경우엔 처벌을 면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친구.친척끼리 명절 때 소액을 걸고 재미로 하는 도박은 처벌받지 않는다. 초상집에서 점당 100원의 고스톱을 칠 때도 마찬가지다. 생선회 3인분.소주 2병 등 음식값을 마련하거나, 직장 동료끼리 4000원 상당의 음료수값을 벌고자 화투를 친 경우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선례가 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도박의 시간.장소, 판돈 규모, 가담자들의 사회적 지위.재산, 얻은 재물의 용도 등을 두루 참작해 '일시 오락'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

이씨의 경우는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 판돈 규모와 도박 장소가 여관인 점을 고려할 때 일시적 오락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점당 몇백원짜리 고스톱을 쳤어도 수입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장시간 했다면 처벌될 수 있다. 그 자리에 도박 전과가 있는 사람이 끼어 있다면 처벌 가능성은 더 커진다.

대개 도박 현장에서 적발된 경우 도박 전과가 없고, 판돈 규모가 아주 크지 않다면 즉결심판 절차(경찰서장이 법원에 청구하는 것)에 따라 과료(2000원~5만원 미만).구류(1~30일 미만) 처분을 받는다. 이씨는 억울할 경우 즉결심판 통보를 받을 날로부터 7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도박 전과가 있고, 도박 규모가 큰 경우엔 정식으로 기소될 수 있다.

따라서 오해받지 않을 사람끼리, 오해받지 않을 장소에서, 패하더라도 가슴 아프지 않을 정도의 돈을 걸고 재미있게 게임을 벌이는 게 현명하다. 돈을 많이 잃은 사람에겐 적당한 개평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하재식 기자

◆ 자료협조=법무부 보호과 법교육팀(www.lawedu.go.kr), 법률자문=오영상 변호사, e-메일 법률상담=대한법률구조공단 사이버상담팀

◆ 형법 제246조(도박.상습 도박):①재물로써 도박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단, 일시 오락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한다. ②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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