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10살, 1968년 노량진에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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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기억을 읽어버린 도시
김진송 지음, 세미콜론, 311쪽
1만2000원

'김진송 소설+에세이'라는 책 표지 글씨가 이채롭다. 솜씨좋은 목수, 서울 인사동의 유명화랑에서 정기적으로 전시를 갖는 그가 사고를 쳤다.

그의 10대 전후 시기인 1968년 서울 노량진을 무대로 한 자전적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은 것이다. 외도? 아니다. 본래 글쓰기에 능한 사람이니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소설.비소설을 넘나드는 실험 속에 펼쳐지는 안정된 문장은 '기억 재구성'프로젝트가 성공적임을 보여준다.

그 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몸살 앓던 지구촌에서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다. 프라하의 봄도 꽃 피웠다. 서구와 미국을 휩쓴 68혁명도 진행됐을 때 노량진, 그곳에서는 단지 작은 일이 벌어졌다. 빈민촌이 철거된 것이다. 조용히. 얼핏 대수롭지 않아보이지만, 소년의 '강변 기억'속에서는 세상이 바뀐 것이다.

저자 말대로 "기억을 지배하는 것은 시간이 아닌 공간"이다. 때문에 유년의 기억을 품은 채 2000년대 노량진 현장을 방문해 기억의 의미와 도시형성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 점은 설득력 있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許)하라'로 한국 근대에 대한 생활사.미시사적 접근을 했던 내공 탓이리라.

조우석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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