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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맨체스터 바이 더 씨 vs 그레이트 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금 영화관에선
이 영화, 볼만해?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원제 Manchester by the Sea 감독·각본 케네스 로너건
출연 케이시 애플렉, 미셸 윌리엄스, 카일 챈들러 촬영 조디 리 리페스
미술 루스 드 종 특수효과 브라이언 리치
의상 멜리사 토스 음악 레슬리 바버 편집 제니퍼 레임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37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월 15일

줄거리 미국 보스턴의 아파트 관리인 리(케이시 애플렉)는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며 외롭게 산다. 형 조(카일 챈들러)가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향 맨체스터로 향하지만, 형은 이미 운명한 뒤다. 유언에 따라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의 후견인으로 지목된 리. 그러나 그에겐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과거가 있다.

별점 ★★★★ 그날, 리가 겪었던 건 누구도 극복하기 힘든 비극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고 나면, 실화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너무 황망해서 더 잊을 수 없는 그의 상실이 시시각각 살갗에 와 닿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시나리오 작가 출신 케네스 로너건 감독이 빚어낸 허구의 이야기다. 제16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차지했던 데뷔작 ‘유 캔 카운트 온 미’(2000)부터 고난에 처한 주인공의 일상을 흡사 비망록을 남기듯 집요하게 관찰해 온 로너건 감독. 이번에도 그는 평범한 남자였던 리가 고통을 껴안고 살아가는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 낸다.

영화는 그의 사연을 처음부터 드러내진 않는다. 자막이나 내레이션 따위로 과잉 친절을 베푸는 건 로너건 감독의 방식이 아니니까. 카메라는 리의 고단한 일상을 담담하게 응시한다. 아파트 관리인인 그는 오물로 막힌 변기를 뚫으며 주민들의 노골적인 모욕과 추파를 견뎌 내고 있다. 아니, 어떤 업보를 갚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이 고행 속에 밀어 넣은 듯 보이기도 한다. 거친 어투 한편으로 간혹 자상한 면을 드러내고, 화를 주체 못해 폭력에 몸을 내맡기는 그의 모습이 이를 암시한다.

현재 시점과 플래시백이 교차되며 서서히 드러나는 그의 과거는, 리의 무기력하고 도피적인 성격을 설명해 주고도 남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때부터다. 이제, 형을 잃은 리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각은 ‘그 사건’을 알기 전과 달라진다. 자신의 슬픔을 감당하며 조카 패트릭을 보살피려 애쓰는 그는 다시 살아 보려 발버둥치는 듯 보인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기에, 서로에게 화내며 속을 달래거나, 웃을 수도 있다. 로너건 감독이 심어 놓은 이 해학적 순간들은, 관객이 심각한 드라마에 함몰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며 극에 균형감을 부여한다. 이 영화가 더욱 현실처럼 다가오는 것은 그런 이유다. 케이시 애플렉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낸 신인 루카스 헤지스의 담백한 연기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에 숨통을 틔어 주는 일등 공신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 인생의 어느 순간,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더라도 우린 끝까지 살아가야 한다. 슬픔을 견뎌 낼 수 있고, 타인의 위로 덕분에 상처가 조금씩 아물 테니까. 가슴을 울리는 위로와 희망의 이야기. 이지영 기자

★★★★☆ 가장 비극적 순간에도, 그 이후에도 삶은 흘러간다는 것. 그 단순한 진실과 슬픔 뒤에 올 작은 희망을 포착한다. 영화로 삶을 성찰하는 아름다운 방식에 관해 곱씹게 된다. 김나현 기자

그레이트 월

원제 The Great Wall 감독 장이머우
출연 맷 데이먼, 윌렘 데포, 페드로 파스칼, 유덕화, 경첨
장르 액션, 판타지 상영 시간 103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월 15일

줄거리 중국의 사막을 헤매는 용병 윌리엄(맷 데이먼)과 페로(페드로 파스칼). 둘은 꿈의 무기 ‘검은 가루’를 찾아 대륙을 탐험하던 중 괴생물체의 습격을 받는다. 위기 끝에 만리장성에 도착한 두 사람은 괴수 타오티에 떼와 검은 가루의 실체를 조금씩 알아 가게 된다. 만리장성 부대에 합류한 윌리엄은 괴물 군단과의 최후의 전쟁을 준비한다.

별점 ★★☆ 제작비 1800억원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 ‘그레이트 월’은 중국 만리장성을 무대 삼아 인류 최후의 전쟁을 그린다. 장벽을 사이에 두고 괴수 군단과 대항하는 인류의 이야기다. 할리우드식 괴수영화가 대륙의 스케일과 만난 셈. 어디까지나 판타지 액션물이고, 괴수와 만리장성은 애오라지 거대한 스케일과 공성전의 스펙터클을 보여 주기 위해 기능한다. 요약하자면 물량 공세로 100분을 내달리는 영화다.

20만 개가 넘는 벽돌을 실제로 쌓아 만든 장벽 세트와 색색의 갑옷 병사, 검·창 등 2만 점이 넘는 소품이 시시로 눈을 크게 뜨도록 한다. 하이에나·고릴라·도마뱀 등을 섞어 놓은 듯한 타오티에의 존재도 시선을 잡아끈다. 약 30만 마리의 괴수가 떼를 지어 스크린을 덮쳐 오는데, 빠르고 영악한 데다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장이머우 감독 특유의 비주얼이 자아내는 황홀경은 부인할 수 없다. 만리장성의 웅장한 육체를 펼쳐 보이는 부감숏, 곡예 수준의 액션, 화살 끝을 섬세히 따라가는 화면, 개미 떼가 바글대는 듯한 극도의 대전투신 등 그의 장기가 곳곳에 있다. 그의 팬이라면 아이맥스 3D 관람을 권한다. 반대로 ‘연인’(2004) ‘황후花’(2006) 등 그의 무협 대작에서 드러난 약점 또한 깊이 뿌리박혀 있다. 스펙터클은 과하고, 이야기는 부실하고, 캐릭터는 약하다. 얼개가 헐거우니, 비장함을 노리는 대목에선 되레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윌렘 데포, 유덕화 같은 단단한 배우를 맷 데이먼의 원맨쇼 안에서 그저 낭비해 버린 점도 아쉽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 대륙의 상상력과 할리우드의 기술의 만남. 어마어마한 스케일에 한 번 놀라고, 허무맹랑한 서사에 두 번 놀란다. 계속 놀라느라 지루할 틈은 없다. ‘신뢰’와 ‘대의’라는 메시지는 가볍게 흩뿌렸으니, 큰 기대 없이 오락영화로 즐기면 될 듯. 김효은 기자

트롤

감독 마이크 미첼·월트 도른
목소리 출연 안나 켄드릭, 저스틴 팀버레이크, 주이 디샤넬
장르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 92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2월 16일

줄거리 1년 365일이 행복한 트롤 종족. 어느 날 ‘트롤을 먹으면 행복해진다’고 믿는 버겐 종족이 트롤들을 납치한다. 트롤 공주 파피(안나 켄드릭)는 동족을 구하러 친구 브랜치(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모험을 떠난다.

별점 ★★★ 완구 회사 하스브로의 동명 장난감 인형이 모티브가 된 애니메이션. 아기자기한 모험담을 통해 ‘진정한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트롤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춤과 정겨운 올드 팝은 그 자체로 충분히 즐길 거리다. 문제는 아이들에게나 성인들에게나 사건 자체가 흥미롭지 않다는 점. 파피와 브랜치가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은 특히 어린이들이 지루해 할 수 있겠다. 극 중 캐릭터 역시 매니어를 양산할 만큼의 매력은 없다.

고석희 기자

런던 타운

감독 데릭 보트, 톰 버터필드 출연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 대니얼 허틀스톤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2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월 16일

줄거리 부모의 이혼 후 아버지(더그레이 스콧)와 함께 사는 열다섯 살 소년 셰이(대니얼 허틀스톤). 싱어송라이터인 어머니(나타샤 맥켈혼)를 동경하던 그는, 기차에서 만난 소녀 비비안(넬 윌리엄스)과 펑크록 밴드 ‘더 클래쉬’ 공연에 다녀온다. 그후 펑크록에 푹 빠지게 된다.

별점 ★★☆ 실업률이 최고조에 달했고, 스킨헤드족이 히피와 충돌했던 1970년대 영국 런던. 혼란스러웠던 당대 펑크록이 남긴 풍경을, 사춘기 소년의 성장담에 새긴 음악영화다. 그러나 이 문제적 시대를 모조리 담고 싶은 욕심이었을까. 셰이를 둘러싼 사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 나머지 정작 그의 성장통과 펑크록은 다루다 만 듯한 인상이다. ‘더 클래쉬’ 보컬 조 스트러머 역을 맡은 조너선 리스 마이어스의 출연을 기대하고 봤다면, 다소 적은 비중에 실망할 수 있겠다.

나원정 기자

아주 긴 변명

감독 니시카와 미와 출연 모토키 마사히로, 후카츠 에리, 타케하라 피스톨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24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월 16일

줄거리 유명 작가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는 갑작스런 사고로 아내 나츠코(후카츠 에리)를 잃는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던 중 사치오는 아내와 함께 세상을 뜬, 단짝 친구의 남편 요이치(타케하라 피스톨)와 두 자녀를 만나며 이별의 감정을 다시 정리한다.

별점 ★★★☆ 아침에 가족과 크게 다투고 나왔는데, 오후에 그와 영원히 이별하게 된다면 어떨까. 이별하는 순간은 짧지만 이별 이후의 나날은 길다. 이 영화는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며, 진심과 소통의 메시지를 담담하게 전한다. 관객의 자연스런 공감을 이끌어 내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모토키 마사히로의 변화무쌍한 감정 연기는 물론이고, 특별한 연기 경험이 없는 아역 배우 후지타 켄신과 시라토리 타마키의 순수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이지영 기자

더 큐어

원제 A Cure for Wellness 감독 고어 버빈스키
출연 데인 드한, 제이슨 아이삭스, 미아 고스, 셀리아 아임리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상영 시간 146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월 15일

줄거리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던 록하트(데인 드한)는 스위스 알프스산맥에 자리한 ‘웰니스 센터’에 요양 중인 CEO 펨브룩(해리 그로너)을 미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그리로 향한다. 비밀에 싸인 듯한 분위기의 웰니스 센터는 엄격한 규정을 들어 펨브룩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 자동차 사고로 부상당한 록하트는 급기야 웰니스 센터의 환자가 돼 치료를 받기 시작한다.

별점 ★★★☆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2003~)의 1~3편을 연출해 이름을 알린,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개성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독창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은 극적 긴장을 쌓아 가는 방식과 영상미다. ‘더 큐어’는 첫 장면부터 이 이야기 뒤에 무시무시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보는 이를 잔뜩 긴장시킨다. 그 방식이 굉장히 세련되다. 무서운 장면을 직접 드러내는 대신 쓰러진 정수기나 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거나, 고풍스러운 웰니스 센터의 사람들이 일제히 록하트를 쳐다보는 풍경만으로 으스스함을 자아내는 것. 그 긴장감이 146분 내내 영화를 이끌어 간다.

웰니스 센터에 대한 소문과 그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더 흥미진진하다. 원래 어느 귀족 가문의 성이었던 웰니스 센터는 높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전 세계 나이 든 부호들이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자 비밀스레 이곳을 찾는다. 하지만 정작 완치돼 퇴원한 이는 없고, 모두가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순수 혈통을 고집하다 마을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이 성의 마지막 귀족 이야기나, 정체불명의 소녀 환자 한나(미아 고스)의 존재, 미로 같은 병원 곳곳에서 행해지는 비밀스러운 치료들이 마치 고딕 소설을 읽는 듯 신비한 공포를 자아낸다. 그 모습을 그리는 영상은 황홀하리만치 아름답다.

그에 비하자면, 웰니스 센터와 그곳의 폴머 박사(제이슨 아이삭스)의 비밀이 드러나는 결말은 맥이 빠진다. 영화가 쌓아 온 촘촘한 긴장감에 비해 그 비밀이라는 것이 퍽 엉성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극 초반, 성공과 야욕에 젖어 있는 록하트와 그 직장 세계를 상징적인 화면으로 날카롭게 풍자한 것과 달리, 웰니스 센터의 비밀이 현대인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또렷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 아름다운 동시에 굉장한 불쾌감을 유발하는 이미지로 가득하다. 이 영화를 본 후 치과와 수영장,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생수, 장어 요리는 한동안 꺼리게 될 듯. 이지영 기자

재심

감독 김태윤 출연 정우, 강하늘, 김해숙, 이동휘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1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월 15일

줄거리 10대 소년 현우(강하늘)는 우연히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을 목격한다. 하지만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로 살인자 누명을 쓰고 10년간 옥살이를 한다. 돈도 ‘빽’도 없이 빚만 쌓인 변호사 이준영(정우)은 명예와 유명세를 얻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현우에게 다가가 재심을 권한다.

별점 ★★☆ 법이 가진 자를 대변해야 하는가, 아니면 약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가, 직설적인 태도로 묻는 작품이다. 법정 공방이 두드러지는 영화는 아니며, 변호사가 사건 현장 조사를 하며 조작된 증거를 찾아 나서는 추리물에 더 가깝다. 워낙 실화가 극적이고 의미 있어 그 힘으로 밀고 나가지만,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미한 픽션의 개연성이 부족해 영화 전체 완성도를 깎아내린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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