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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t 싸움소 "대리모 찾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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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국 소싸움 제왕인 경남 의령의 싸움소 '범이'와 '꺽쇠(사진)'가 인공수정으로 혈통을 잇는다. 의령농업기술센터는 26일 현재 냉동보관 중인 범이.꺽쇠의 정액을 이용한 대리모 인공수정 방법으로 내년 초 2세를 탄생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업기술센터 홍완표 계장은 "이들 싸움소의 몸집이 워낙 크고 무거워 자연교미가 어렵기 때문에 인공수정을 택했다"며 "이를 위해 몸집이 크고 번식력이 왕성한 암소 대리모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농업기술센터가 혈통 잇기에 나선 것은 나이가 든 범이(9살)와 꺽쇠(8살)가 체형.기질 등이 다른 싸움소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두 마리 모두 앞다리가 짧고 튼튼하며 목덜미가 두껍다. 뿔도 앞쪽으로 가지런히 휘어져 있어 싸움소로서 제격이다.

몸무게 920㎏인 범이는 전국 대회에서 15회 우승을 차지했고, 소싸움판의 신화로 알려진 13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주특기는 씨름의 배지기와 비슷한 목감아 돌리기다. 전국 싸움소 가운데 키가 제일 커 이름 붙여진 꺽쇠는 짧은 시간에 상대를 굴복시키는 기술이 탁월하다. 10분 안에 승부를 내는 속전속결형이다. 몸무게 1t이 넘는 꺽쇠는 전국대회에서 8회 우승했다. 뿔걸이(뿔을 걸어 밀기)가 장기다.

이들 싸움소는 의령군 의령읍 만천리의 하의효(71).영효(66) 형제가 키우고 있다. 동생인 영효씨가 범이를, 형 의효씨가 꺽쇠를 조련한다. 영효씨는 "요즘도 2억원 가까이 줄 테니 범이와 꺽쇠를 팔라고 하는 제안이 심심찮게 들어온다"고 말했다. 범이.꺽쇠는 모두 전성기를 넘어서고 있다. 소싸움판에서는 싸움소의 전성기를 대개 4~8살로 친다. 그래서 의령에서는 이들의 혈통을 빨리 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홍완표 계장은 "내년 초 범이와 꺽쇠의 2세를 수십 마리 생산해 싸움소로 성장할 소를 골라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령=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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