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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재미·편리·과학 접목…디지털 피트니스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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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니스 분야에도 디지털 열풍이 불고 있다. 디지털 피트니스는 ‘다양한 IT 기기를 이용·활용한 운동’을 뜻한다. 운동 애플리케이션(앱)부터 스마트 워치·밴드, 가상현실(VR) 운동기구, 센서가 내장된 운동화, 물 섭취량을 체크하는 스마트 물병까지 적용 범위가 넓다. 최근 2~3년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큰 인기를 끌며 올해 주목해야 할 피트니스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VR 운동기구는 몸의 중심 근육을 이용해 기구의 방향을 바꾸고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프리랜서 장석준

VR 운동기구는 몸의 중심 근육을 이용해 기구의 방향을 바꾸고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 프리랜서 장석준

지난해 9월 개장한 경기도 스타필드 하남 4층의 운동 체험시설 ‘스포츠 몬스터’에는 ‘이카로스’라는 이름의 가상현실(VR) 운동기구가 세 대 있다. 흰색 기구 위에 팔꿈치와 발을 대고 몸을 일자로 만든 뒤 VR 기기를 머리에 쓰고 공중에 뜬 채 균형을 잡아 이용한다.

첨단 IT기기 활용한 운동

짜릿한 가상 화면에 지루함 싹
SNS 영상 보며 어디서든 가능
스마트 기기로 즉시 효과 측정

지난 6일 오전 이곳을 찾은 대학생 김성은(24·경기도 분당구 백현동)씨는 이 기구를 3분간 체험한 뒤 “VR 롤러코스터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 팔·다리에 힘을 주면서 계속 중심을 잡았다”며 “스릴 넘치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 센터의 고덕재 매니저는 “여러 명이 가상 화면을 함께 보며 달리는 디지털 자전거 경주나 1분간 높이 뛰어 화면 속 풍선을 터뜨리는 디지털 트램펄린 게임 같은 종목이 인기”라며 “시각적으로 주의를 분산시켜 운동 강도를 높이고 재미를 더한 게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현장감 살린 가상현실 운동기구

심박수·칼로리 소비량을 측정해 내 건강 상태의 변화를 볼 수 있는 핏비트 차지2. 프리랜서 장석준

심박수·칼로리 소비량을 측정해 내 건강 상태의 변화를 볼 수 있는 핏비트 차지2. 프리랜서 장석준

맨몸으로 하는 운동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피트니스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지루한 실내 자전거 타기 운동에 현장감 넘치는 화면이 더해지면 시각적으로 자극이 돼 오랫동안 운동을 지속하게 해준다. VR 기구 위에서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가상여행을 하는 동안 긴장한 몸에서는 엄청난 칼로리가 소모된다.

디지털의 발달로 운동하는 과정 역시 편리해졌다. 스마트폰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만 켜면 어디서든 운동할 수 있게 됐고, 각종 앱을 통해 다이어트·유산소·근력 강화 등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피트니스 등록 비용과 센터에 오가는 시간까지 절약돼 바쁜 현대인은 금전적·시간적 여유까지 찾았다.

줄이 없어 실내에서 이용하기 좋은 디지털 줄넘기는 롯데닷컴 헬스게이트 제품. 프리랜서 장석준

줄이 없어 실내에서 이용하기 좋은 디지털 줄넘기는 롯데닷컴 헬스게이트 제품. 프리랜서 장석준

자신의 운동량을 기록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의 등장으로 체계적인 운동 관리도 가능해졌다. 약 1만원이면 살 수 있는 디지털 줄넘기는 점프 횟수, 소모 칼로리, 운동 시간을 계산해 준다. 10만~20만원 선인 스마트 워치·밴드는 걸음 수, 소모 칼로리는 물론 식이요법과 올바른 운동법까지 알려주며 나의 건강을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해 준다. 지난해 11월 KT가 선보인 ‘네오핏’은 걷고 달리는 움직임 외에 스쿼트·아령 운동 등 100여 가지 근력 운동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잡아내는 기술을 장착했다. 이처럼 내 기록이 수치화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 자연스럽게 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돼 운동심리학적으로 긍정적인 동기부여 효과를 얻는다.

모바일로 운동법 처방, 식단 추천

피트니스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모바일로 운동하는 ‘모바일PT’ 운동법도 등장했다. 온라인에서 운동 문진표를 작성해 자가 체력 테스트를 하면 결과에 따라 트레이너를 배정하고 맞춤형 운동법과 식단 계획을 짜준다. 원하는 시간에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다음 영상을 보며 운동하면 된다. 모바일PT를 운영하는 안진필 대표는 “표준화된 4500여 개의 동작 영상을 바탕으로 고객의 상태에 맞는 운동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며 “혼자 운동해 작심삼일에 빠지기 쉬운 이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다. 가격은 약 5만~50만원으로 프로그램 종류·이용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온라인에서 피트니스센터 이용권을 구매해 오프라인에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TLX 패스’는 앱을 다운받아 회원 가입한 뒤 주변에 제휴된 피트니스센터의 원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방문하는 1회성 이용권이다. 지역·종목별로 서울 약 900곳, 전국 3000여 곳을 이용할 수 있다.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여러 센터에서 경험해 보고 싶을 때 적당하며 헬스, 요가는 물론 암벽등반과 주짓수도 배울 수 있다. TLX 패스 이용자인 이지은(34·서울 삼성동)씨는 “처음 필라테스를 할 때 내게 맞는 강사를 찾는 게 쉽지 않았는데 여러 곳을 방문한 뒤 결정할 수 있어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신체 약한 부위 강화법 담은 SW

디지털 자전거 경주는 여러명이 함께 화면을 보며 달리는 가상 경기다. 프리랜서 장석준

디지털 자전거 경주는 여러명이 함께 화면을 보며 달리는 가상 경기다. 프리랜서 장석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과학적으로 운동을 처방받고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2월 론칭한 ‘피트(FITT)’는 5분간의 운동 테스트로 내 신체 나이와 약한 부위를 보완하는 운동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다. 지금까지 트레이너가 직접 테스트하고 판단했던 과정을 미국 스포츠의학회(ACSM)의 기준에 따라 표준화·정량화해 심폐, 근력, 움직임을 측정한다. 현재 약 500여 개의 피트니스센터에서 활용하고 있다.

피부에서 근육으로 직접 자극을 줘 운동 효율을 극대화한 운동법도 있다. EMS(Electrical Muscle Stimulus)로 불리는 이 운동은 특수 제작된 슈트를 입고 움직이면 뇌 작용 없이 근육을 수축시킨다. 짧은 시간만 운동해도 높은 칼로리가 소모돼 서울에만 30여 곳의 EMS 운동센터가 운영 중이다.

재미와 편의에 과학을 더한 디지털 피트니스는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까. VR 피트니스 기구를 도입한 서울 서초동 올핏무브먼트의 김남중 대표는 “VR 기기 자체의 과학적인 한계 때문에 이용 시간이 10~15분을 넘길 수 없어 이를 활용한 완성형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엔 이르다”며 “전신 근력운동에 효과가 탁월해 운동을 지루해 하거나 근력 테스트가 필요한 회원에게 권한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스스로의 운동 기록을 추적하고 관리하는 스마트 워치 같은 ‘웨어러블’이 디지털 피트니스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디지털화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체대 사회체육학과 윤영길 교수는 “다양한 디지털 자극이 더해진 운동은 움직이기 싫어하는 이들이 운동하도록 유인하는 좋은 자극제”라며 “반면에 극한의 운동을 성취했을 때 느끼는 짜릿함과 보람 등 운동 고유의 효과가 퇴색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운동 목표에 따라 적절히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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