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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스스로 꾸미는 나만의 휴식·위로·성찰 공간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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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빡빡한 수업에 지친 학생,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 낯선 여정에 두려운 여행객이 무심코 내뱉는 한마디. 일상의 ‘집’은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준다. 집에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거나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고 뜨개질·가드닝 같은 취미생활을 즐기며 힘든 하루를 위로한다. 휴식에 중점을 두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웰 스테이(well-stay)’가 올해 주거 트렌드를 주도할 전망이다. 따뜻한 감성과 실용성을 살린 디자인,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는 초록색이 인테리어의 한 축을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집은 안식처 겸 놀이터

지난해 12월, 2017년 건축·인테리어·디자인 트렌드를 전망하는 세미나가 잇따라 열렸다. 가구, 건축자재, 페인트 등 관련 기업들이 국내외 사회문화적 분위기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산업 흐름 등을 바탕으로 올해 유행할 인테리어 디자인과 시대를 관통할 패러다임을 전망했다.

신년기획 '2017 의식주 트렌드' ③ 웰 스테이(well-stay)

카페 분위기 거실·주방
자연친화적 인테리어
편한 느낌 녹색·보라색

LG하우시스는 아름다운 생각이라는 뜻의 ‘유노이아(Eunoia)’를 올해의 트렌드로 발표했다. 사회경제적인 이슈로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아름답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한다는 의미다. 박성희 LG하우시스 디자인센터장은 “국내외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변화와 혼란 속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심리 상태가 올해 인테리어·디자인 트렌드에 상당수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L&C는 ‘현재를 듣다(Here, Hear)’라는 주제로 ‘현재와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는 취지의 디자인 트렌드를 발표했다. KCC는 ‘새롭게 정의하기’를 올해 디자인의 트렌드로 꼽았다. 가구업체 에몬스는 2017년 봄·여름 가구 트렌드로 ‘웰 스테이: 공간이 위로가 되다’를 내세웠다. 까사미아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생활’을 지향하는 공간을 제안했다.

대부분의 전망 자료에 따르면 ‘휴식’ ‘위로’ ‘자아성찰’ 등이 키워드다. 집의 본질을 일깨우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은 현대인들이 집이란 공간을 통해 위로받고, 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꾸미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집은 힘들었던 일상을 위로받는 안식처이자 놀이터가 되는 셈이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알 수 있다. 이 업체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집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제일 먼저 떠올리는 집의 의미는 ‘휴식 공간’이 78.5%로 가장 많았다. 특히 집을 단순히 잠자고 머무르는 곳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인 공간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집을 ‘나만의 공간’으로 인식한 응답자가 2015년 41.6%에서 47.1%로 증가했다. 현대인에게 집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나만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나만의 공간’을 풍요롭게 꾸미는 데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늘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거실이나 주방을 카페처럼 꾸미거나 장난감 전시장, 작업실 등 자신을 위한 맞춤형 공간으로 만든다. 위생 공간으로 여겨지던 욕실도 재충전 공간으로 변화한다. 오디오나 블루투스 스피커를 들여 음악감상실로 꾸미는 식이다.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가성비를 챙길 수 있는 실속형 제품, 스마트한 기능을 접목한 제품, 개인의 취향과 생활패턴에 따라 조합해 쓸 수 있는 모듈형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따뜻함이 묻어나고 절제된 디자인을 살린 북유럽 스타일의 인기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덴마크인의 소박한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함을 표현하는 단어인 ‘휘게(Hygge)’ 스타일, 가족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스웨덴 문화인 ‘피카(Fika)’ 등 여유롭고 따스한 감성의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바닥재, 식물이 그려진 벽지, 조약돌을 연상시키는 질감의 타일, 직조물과 같은 천을 활용한 소재 등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살린 제품이 중심이 된다. 안톤 허크비스트 이케아 코리아 인테리어 디자인 총괄 매니저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면서 집 안을 따뜻하고 안락하게 꾸밀 수 있는 인테리어 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북유럽풍 공간 디자인

색상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색이 주를 이룬다. 우울한 현실의 긴장을 풀고 안정감을 주는 녹색·보라색 등이다. 미국의 색채 전문기업 팬톤은 노루페인트의 색채연구소인 노루컬러연구소와 함께 올해의 컬러로 ‘그리너리(Greenery)’를 발표했다. 집 안에 미니 정원을 들이고, 싱그러운 녹색 채소와 꽃으로 만든 음식을 즐기며, 나뭇잎과 풀잎을 닮은 초록을 인테리어에 활용하길 제안했다.

벤자민무어 페인트는 올해 트렌드 컬러를 ‘섀도(짙은 보라)’로 선정했다. 집 안으로 비치는 햇살과 그림자에서 영감을 얻은 색으로, 깊고 진한 색감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빛에 따라 중후한 검은색이나 화사한 분홍색으로 변화해 다채로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어두운 보라색은 싱그러운 녹색 식물, 고풍스러운 가구와도 잘 어우러진다.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북유럽 가구 브랜드를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인터로그가 ‘노만 코펜하겐’ 제품으로 꾸민 공간(위 사진)과 LG하우시스가 올해 인테리어 키워드로 제시한 ‘유노이아(Eunoia)’의 디자인 이미지.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춘 북유럽 가구 브랜드를 선보이는 라이프스타일 스토어 인터로그가 ‘노만 코펜하겐’ 제품으로 꾸민 공간(위 사진)과 LG하우시스가 올해 인테리어 키워드로 제시한 ‘유노이아(Eunoia)’의 디자인 이미지.

전문가들은 새해를 맞아 집을 단장할 계획이라면 목돈이 들어가는 대규모 인테리어 공사 대신 ‘홈 퍼니싱(집 꾸미기)’을 권한다. 가구나 소형 가전, 조명, 소품 등을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도 변화를 주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김예성 까사미아 MD 팀장은 “나뭇잎 패턴이나 초록 색상을 활용한 침구류, 액자, 소품 등으로 집을 꾸미면 최신 트렌트를 반영하는 동시에 집 안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글=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사진=인터로그, LG하우시스 디자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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