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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다시 금강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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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다시 금강에서'- 윤중호(1956~2004)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빈 상엿집 같은,

구슬픈 고향 같은,

옛사람들의 자리만 남아

금강의 잔물결을 키운다

철새들이 버리고 떠난, 빈 둥지 같은

아흔 살의 외할머니 같은.


돌아갈 고향이 있는가. 싸락눈이 쌀알처럼 쏟아지는 고향집 흙마당이 있는가. 골목을 돌 때 눈인사를 건넬 솜이불 같은 사람이 있는가. 그대의 고단한 몸을 눕힐 대청마루가 있는가. 고향도 강물처럼 흘러 흘러서 간다. 우리의 고향이 아프다. 처마에 알전구를 내걸고, 방안에선 한 이불 밑에 서로의 발을 넣은 식구가 배를 잡고 한바탕 크게 웃는, 왁자지껄한 밤이 그립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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