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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게 크는 회사, 4차 산업혁명 열쇠 쥔 엔비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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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엔비디아 주식이 왜 월가에서 가장 인기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래픽 처리장치 80% 점유 최강
인공지능 핵심기술과 통해 주목
작년 순익 170%, 주가 350% 점프
자율차 기술도 두각, 벤츠에 탑재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9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반도체 설계전문회사(팹리스)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매출이 69억1000만 달러(약 8조원)로 1년 사이 38% 뛰었다고 이날 밝혔다. 이익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2015년 6억1400만 달러(7061억원)이던 이 회사 순이익은 1년 사이 16억6600만 달러(약 1조9100억원)로 171% 뛰었다. 하지만 지난 1년 사이 가장 무섭게 뛴 건 뭐니뭐니해도 주가다. 10일 이 회사 주가는 113.62달러. 1년 전(25.43달러)보다 347% 뛰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반도체 회사.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시장의 주도권을 쥔 회사. 엔비디아를 둘러싼 수식어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이 회사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993년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불과 30년도 되지 않은 반도체 설계회사가 인공지능(AI) 시장으로 통하는 관문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아버지다. GPU란 용어 자체가 1999년 8월 이 회사가 그래픽카드를 출시하며 처음 생겼다. GPU는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조수 격이다. 설립 초기엔 엔비디아도 인텔처럼 CPU를 설계했다. 하지만 “쟁쟁한 경쟁자가 너무 많다”는 판단에 GPU로 방향을 틀고, 이 시장을 개척했다. CPU의 주요 역할은 알고리즘을 실행하고 시스템을 제어하는 것. GPU는 단순 계산을 주로 담당해 CPU의 부담을 줄여준다. 엔비디아는 세계 GPU 시장의 80%를 점유한 최강자다.

GPU는 이름답게 그래픽 처리에 강점을 가진다. 빠른 속도의 동시다발적 계산(고속병렬연산)에 능하기 때문에 많은 화소의 색과 밝기를 동시에 조절하는 데 특화됐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인 지포스는 ‘게임 좀 한다’하는 ‘게임 덕후’ 사이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특히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이 적용돼 데이터 용량이 큰 최신 게임은 GPU의 성능이 중요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 중 58%가 게임 관련인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왜 AI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주목받을까. AI 기술의 핵심이 바로 고속병렬연산이기 때문이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AI는 엄청난 데이터를 어떻게 동시다발적으로 빠르게 처리하느냐가 기술의 핵심인데 이 회사의 GPU가 AI 연산에 가장 최적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AI 기술에 오랜 투자를 지속해왔다. 매년 매출의 30% 안팎을 연구개발(R&D)에 쏟아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ES에서 기자들과 만나 “AI 시장에 대비해 10년 이상 투자를 지속해 왔다”며 “AI 시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이 회사의 GPU 기술이 핵심적이다. 이 회사의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지난해 8억3000만 달러(9500억원)로 145% 성장했다. 이선희 엔비디아 코리아 상무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공지능 관련 슈퍼컴퓨터 쪽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독자 개발한 자율주행 플랫폼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CES에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차로 나흘간 시승 행사를 벌였다. 아우디가 같은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였으며, 벤츠도 “올해 안에 엔비디아의 기술을 탑재한 자율주행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는 엔비디아가 ▶기술력을 앞세워 독자적 시장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미래 시장에 투자한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본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미래를 예측해 방향성을 잘 잡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 온 것이 AI란 화두와 맞아 떨어지며 빛을 발하고 있다”며 “한국의 중소 팹리스 업체들이 롤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하선영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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