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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마이크] 서양미술 13명 vs 동양미술 6명 … 예술원 회원 선정방식 문제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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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앙일보가 취재했습니다

중앙일보·JTBC의 신문고 사이트 ‘시민 마이크(www.peoplemic.com)’에 올라온 시민들의 의견·제언 등을 취재해 보도합니다. 의견을 올려 주시면 저희가 같이 고민하고 기사화하겠습니다. 이번 기사는 ‘한국문화를 소홀히 하는 대한민국예술원’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서양회화에 치우친 현실 반영
사진·비디오아트 분야도 없어
예술원 “다양하게 의견 수렴해”

대한민국예술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회원으로 있는 곳. 그런데 공예 종목은 왜 빠져 있나?” 이칠용

이칠용(71) 한국공예예술가협회장이 시민마이크에 토해낸 말입니다. 대한민국예술원(예술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을 회원으로 둔 특수 예우기관입니다. 1954년 예술 창작에 현저한 공적이 있는 예술가를 우대하고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예술원 자체는 정부기구가 아니지만 예술원을 운영하는 사무국이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정부기구입니다. 지난해 예산은 36억8100만원이었습니다.

예술원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 등 4개 분과로 구성됩니다. 분과별 정원은 22∼28명으로 전체 100명이 정원입니다. 현재 활동 중인 회원은 91명입니다. 임기는 4년이고 연임 횟수에 제한이 없어 회원이 되면 보통 종신회원으로 활동합니다. 예술원 회원은 분과별로 해마다 선정하는데 선정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회원 추천(예술단체·대학 등) ②회원후보자선출위원회 심사(분과별 회원 3분의 2 이상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 ③총회 인준(회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

예술원 회원 선정 방식이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는 일부 대중과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특히 대학 추천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예술학과가 있는 대학의 총장이 예술원 회원을 추천하기 때문에 대학에 관련 학과가 있는 장르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공예 부문이 속한 미술분과를 살펴보겠습니다. 미술분과는 현재 19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서양화 6명, 조각 5명, 동양화 3명, 서예 2명, 섬유 1명, 건축 1명, 공예 1명입니다. 서양미술(13명)이 동양미술(6명)보다 갑절 이상 많습니다. 회화가 9명인 것도 눈에 띕니다. 서양미술과 회화를 중심으로 한 대학 미술 교육의 현실이 크게 반영된 결과입니다. 이에 대해 예술원 사무국 측은 “1차 단계에서 200개 가까운 대학과 단체가 참여한다”며 “현재로선 가장 광범위한 의견 수렴 방법”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미술분과에서 전통문화만 홀대받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 부문도 회원이 없습니다. 비디오아트·미술평론·디자인 분야도 회원이 없습니다. 또 이칠용 회장의 주장과 달리 공예 부문에 예술원 회원이 있습니다. 공예 부문에 도자·나전·옻칠 등 여러 장르가 속해 있는데, 도예가 권순형(88) 선생이 92년부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예술원 운영에 대한 불만은 의외로 큽니다. 이를테면 연극·영화·무용 3개 장르가 독립 분과를 이루지 못하고 1개 분과에 합쳐져 있습니다.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불합리한 배치입니다. 현대 예술의 특징이랄 수 있는 장르 융합의 흐름도 예술원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문화·예술계가 예술원도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까닭입니다.

문체부도 예술원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회원 선정 방식을 손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회원 선출은 예술원 회원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문화 선진국도 예술원 회원 선출 권한은 회원에게만 부여합니다. 예술원이 스스로 개선하지 않으면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정부가 섣불리 나섰다가는 부당한 간섭이라는 비난만 살 수 있습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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