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버려지는 아이들 한해 1만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경기도 안산에 사는 세형(11.가명)이는 지난 1월 모 복지시설에 맡겨졌다. 일용직 근로자인 아버지의 벌이가 나빠지면서 부양 여건이 안됐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어릴 때 이혼했고 새엄마도 아버지와 헤어졌다. 아버지는 "돈 많이 벌면 꼭 데리러 오겠다"고 해놓고 지금까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집을 내놓고 지방으로 간 뒤 종적이 묘연하다는 게 복지시설 관계자의 전언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세형이처럼 가정에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한해 동안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국가나 사회단체 등이 보호한 아이는 1만57명에 달했다고 8일 밝혔다. 하루에 27.6명 꼴로 아이들이 버림받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는 특히 올들어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런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국가의 보호를 받는 아이는 1997년 6천7백34명에서 외환위기 직후인 98년에는 9천3백여명으로 늘었다.

그러다 99년과 2000년에는 7천명 선으로 줄었다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다만 2001년부터 부랑아 시설에 수용된 아이들도 포함시키는 등 집계 방식이 달라지는 바람에 단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아동복지단체인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 이경림 사무국장은 "버려지는 아이가 늘어나는 것은 경기가 나빠진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요즘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책임감이 엷어진 탓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이혼율이 높아진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버려진 아이 중 가장 많은 경우가 미혼모가 양육을 포기한 아이였다. 전체의 43% 가량인 4천3백37명이었다. 다음으로 부모의 사업실패나 실직 등으로 살림살이가 빈곤선 이하로 떨어지면서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부모가 가출한 경우가 4천2백63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같은 이유 등으로 인해 부모가 내다버린 아이도 6백34명이나 됐다.

이같은 아이들의 절반 가량인 4천6백여명은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2천5백여명은 국내외에 입양됐다. 국내 일반 가정에 위탁해 보호를 받는 아이도 2천1백여명이 넘는다.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 李국장은 "정부가 빈곤층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만 버림받는 아이들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다음달부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바로 위의 빈곤층인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빈곤 대책을 마련해 버림받는 아이들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또 가정 위기 상담, 가족 실태 조사 등 가정의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한 건전가정육성기본법을 조만간 만들어 가정을 보호할 예정이다.

신성식.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