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주변 불법 선전물 모두 철거…시민단체 "동구청 책임 방관" 반발

중앙일보

입력

부산교통공사가 지난 8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 주변에 부착된 불법 선전물을 모두 철거했다. 소녀상을 설치한 시민단체는 소녀상을 보호하겠다던 부산 동구청이 책임을 방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선전물이 붙어있는 지하철 엘리베이터 벽면은 부산교통공사가 관리권한을 가지고 있다.

윤용조 부산겨레하나 정책국장은 9일 "동구청이 소녀상 설치를 용인하고, 보호한다는 입장까지 밝혀 놓고 불법 선전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동구청이 불필요한 분쟁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부산겨레하나는 지난해 12월31일 소녀상을 설치하면서 주변에 소녀상 보호를 주장하는 선전물과 현수막을 부착했다. 그러다 지난 1월 중순부터 한 시민이 '일본인을 사랑하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면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선전물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에 반발한 A씨(41)가 지난 3일 ‘일본인을 사랑하라’, ‘우리가 용서해요’, ‘한·미·일 동맹강화’, ‘반일감정 선동 그만’이라고 써진 소녀상 주위 부착물을 떼어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소녀상을 옹호하는) 불법 설치물을 동구청은 철거하라'는 선전물이 소녀상 주변에 또 부착됐다.

시민단체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불법 선전물을 동구청이 책임지고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동구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시민단체가 나서 지난 7일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선전물을 떼어냈고, 부산교통공사는 지난 8일 시민단체가 부착한 선전물과 현수막도 모두 떼어냈다.

시민단체는 동구청이 소녀상 설치를 용인한 만큼 소녀상 보호를 요구하는 현수막과 선전물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정책국장은 "소녀상 주변에 게시판과 현수막 설치 공간을 마련해주면 이런 불필요한 논쟁과 마찰을 막을 수 있다"며 "동구청이 나서서 선전물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구청 관계자는 "형평성 때문에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선전물과 보호를 주장하는 선전물 모두 떼어내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도 "조만간 시민단체와 만나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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