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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집요하게 관찰한 '스노든'의 모든 것, 조셉 고든 레빗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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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에드워드 스노든의 목소리나 말투를 완벽히 표현해 냈다고. 비결이 뭔가.
“반복이었다. 많이 듣고, 많이 따라했다.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모아서 봤고, 다큐멘터리 ‘시티즌포’(2015,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에서 스노든이 나오는 장면의 오디오만 따서 아침에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계속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말투와 목소리를 따라하게 됐다.”
스노든 역할을 제안받고 기분이 어땠는지.
“올리버 스톤 감독에게 작품을 제안받은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스노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게 없음을 깨달았다. 물론 그의 이름이야 수없이 들었지. 하지만 그가 정확히 무슨 일을 했는지, 더 나아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에 대해 답할 수가 없었다. 엄청난 공부가 필요했다.”
스노든에 대해 공부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캐릭터 분석을 위해 그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 ‘구글’ 검색창에 쳐 봤다. 엄청난 양의 자료와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누구의 말을 믿을지, 왜 그 의견에 찬성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문득 중대한 사안에 대해 정보를 얻는 현대인의 방식이 너무 피상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뉴스를 접하지만, 너무나 쉽게 스크롤을 내리며 짧은 시간 동안 대충 읽는 게 전부다. 사안들은 점점 복잡해지는 반면, 사람들은 점점 핵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결국 인터넷상의 막대한 정보도 남의 의견을 대충 발췌해 놓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정보일 뿐이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계기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각자의 의견을 갖게 되길 바란다.”
실제로 스노든을 만나 봤나.
 “촬영에 들어가기 전 모스크바로 가서 4시간가량 함께 시간을 보냈다. 스노든의 여자친구 린지 밀스도 함께였다. 사실 스노든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대신, 자신이 지적한 ‘문제’에 집중해 주길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그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이다 보니 말투, 손동작, 음식을 먹는 모습, 악수하는 법 등을 자세히 관찰했다. 스노든은 그걸 무척 어색해 하더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인터넷에 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 사람들은 그가 인터넷이나 첨단 기술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인터넷이나 첨단 기술이 궁극적으로 우리 삶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주리란 확신과 애정이 있었기에, 이를 이용한 비리와 음모를 폭로한 것이다. 엔지니어를 연기해야 하는 아티스트로서, 엔지니어인 스노든과 아티스트인 밀스를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누며 둘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는 게 큰 도움이 됐다.”
스톤 감독과 일한 소감은.
 “아마 그는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감독일 것이다. 평단과 관객에게 인정받는 감독 중에서, ‘지금 이 상황은 내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용기 있게 외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스톤 감독의 넓은 식견에 감탄했다. 언젠가 그의 집에 방문했는데, 서재의 방대한 책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영화에 관한 책도 많았지만, 거의 대부분은 역사에 관한 것이었다. 스톤 감독은 역사학자에 버금가는 지식과 진지한 생각을 가지고 영화에 접근하는 균형 잡힌 감독이다.”
영화를 다 찍고 나서 ‘과연 스노든은 영웅인가 혹은 배신자인가’에 대한 나름의 답을 얻었나.
“사람들이 내게 이 질문을 정말 많이 한다. 그때마다 나는 ‘내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중요한 건 각자의 해석과 의견이다. ‘영웅과 범죄자’ ‘옳고 그름’이라는 흑백 논리로 재단하기에 이 사안은 너무 복잡하다. 스노든의 진짜 공헌은, 그가 이러한 사실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토론하고 각자의 의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그가 이 나라와 전 인류에 일종의 ‘서비스(봉사)’를 한 것이라 생각한다.”

베벌리힐스=이경민 영화저널리스트 kyungminrachel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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