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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용 시신 앞 의사들 기념사진 … 의협 “윤리규정 위반, 징계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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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4일 서울 가톨릭대 의대에서 해부용 시신을 앞에 놓고 의사들이 찍은 기념사진. [인터넷 캡처]

지난 4일 서울 가톨릭대 의대에서 해부용 시신을 앞에 놓고 의사들이 찍은 기념사진. [인터넷 캡처]

의사 5명이 해부 실습을 한 시신(카데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병원은 물론 의과대학 교육에서도 시신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금지하는 행위다. 대한의사협회는 관련 의사들에 대해 징계를 검토하기로 했다.

대학병원 교수 1명, 개업의 4명
원칙 어기고 사진 찍어 SNS 올려
“촬영 못 막은 서울성모병원도 책임”

7일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수술용 가운을 입은 남성 다섯 명이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퍼졌다. 일부는 팔짱을 낀 채였다. 이들 앞엔 해부용으로 추정되는 시신의 발이 노출돼 있었다. 사진 아래엔 ‘토요일 카데바 워크숍’ ‘매우 유익했던…자극도 되고’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카데바’는 해부용 시신을 일컫는 의학용어다.

사진의 실체는 이날 서울성모병원의 확인으로 밝혀졌다. 병원 측은 “사진 속 장소는 가톨릭대 의대 해부학 실습실이며 사진에 나온 인물은 실습실에서 열린 워크숍 참가자들”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에 따르면 이 병원 정형외과는 지난 4일 외부 의사 수십 명을 대상으로 ‘족부’(발) 교육 워크숍을 열었다. 의사 여럿이 한 조를 이뤄 시신을 다루며 발 치료법을 배우는 과정도 포함됐다.

병원 측은 사진 속 인물에 대해 “실습을 지도한 인하대병원 교수 1명, 그리고 외부 개업의 4명”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 퍼지자 네티즌 사이에선 ‘시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의사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의료계에 따르면 카데바 앞에서 사진 촬영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해부 실습은 고인에 대한 묵념 후에 진행된다. 교육 후에도 신체 조직 등을 조심스럽게 정리하는 게 관례다. 엄창섭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연구에 쓸 카데바 촬영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카데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의료 윤리를 전혀 갖추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사진을 찍은 의사들도 잘못이지만 촬영을 사전에 막지 못한 성모병원 측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모병원 측은 “이들이 허락을 받아 사진을 찍은 것은 아니다. 사진을 찍은 경위를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병원의 관계자는 “새로운 치료법을 교육하는 자리인데, 일부 강사와 참가자가 생각 없이 사진을 찍고 공개해서 씁쓸하다”고 했다.

이들의 사진 촬영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해부용 시신은 환자가 아니어서 이들의 행위를 ‘비도덕적 의료 행위’로 보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의료법상 처벌할 규정이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개념’ 의사들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자 의협은 관련 의사들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기로 했다. 의협 관계자는 “사진을 찍은 의사들이 확인되면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밟겠다. ‘의료인 품위 손상’에 해당되면 면허정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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