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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김회담 대화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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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의 노태우총재와 민주당의 김영삼총재는 2일 하오 첫 공식회담에서 대통령선거때까지의 정치일정등 5개항에 합의했으나 국회의원선거시기·구속자석방문제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서로간의 입장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른바 실세회담이라해서 그동안 그 성사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여야총재회담은「저조한 실적」을 남겼다는 지적이다.
합의사항 5개항은 이미 여야간에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들이어서 구태여 총재회담이 아니더라도 층분히 합의 가능한 사안들이었기 때문이다.
양당총재는 국회의원선거및 지방의회선거 시기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만 개진한채 자기들도 합의못한 문제를 8인정치회담에 뗘넘겨 아쉬움을 남겼다.
구속자 석방문제에 있어서도 원론적 입장만 서로 확인했을뿐 구체성 있는 논의는 하지못한 것같다. 합의 가능한 석방대상자의 범위라든지, 계속 논의할 협의기구문제등에 관한 합의가 전혀 없어 이문제를 풀 아무런 바탕도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전반적으로 보아 벼르고 별른 끝에 열린 회담치고는 알맹이가 너무 적어 양당총재의 협상력에 회의를 느끼게했다.
다음은 두 총재가 설명한 회담 내용을 쟁점별로 정리한 것이다.
◇구속자문제▲김총재=민주화를 하자는 것은 화해를 하자는것 아니냐. 민주화를 요구하다 구속된 사람, 도시 빈민, 민생문제와 관련돼 구속된 사람, 재일동포관련 장기수, 이상수변호사등 노사분규와 관련되어 구속된 사람, 서울대 이남주군·연대 우상호군·이대 임미애양등을 모두 대담히 석방해야한다.
물론 급진적인 생각을 하는사람도 있다. 그러나 밝은 태양아래 독버섯이 자랄수 있겠는가. 김민석·허인회와 같은 학생들을 계속 구속해놓고 어쩌자는 것이냐.
일본유학생등 장기수도 50여명쯤 되는것 같은데 일전에 일본대사와 만났더니 우리가 석방하면 일본정부가 받아준다고 하더라.
이상수변호사가 마치 장례에 관여한것 같이 발표했는데 국민운동본부는 선거혁명을 하자는 곳이다.
▲노총재=6.29이후 수사중이거나 복역중, 또는 재판중에 있던 1천1백24명이 석방됐다. 정부·여당은 6.29정신에 따라 대상자들이 개전의 정을 보여 석방될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으며 재판중인 대상자도 6.29이후의 석방기준에 따라 사법부가 최대한 배려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나 극심한 파괴범, 대한민국체제를 부정하는 자의 석방은 곤란하다.
2명의 재일교포 간첩은 내가 아는한 북한을 왕래했으며 전향을 거부하고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극렬공산주의자들이다.
김총재가 말하는「스스로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 석방하라」는 석방기준에도 제외되는 인물들이다. 이들이 스스로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전향한다든지, 석방후 반대한민국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관계당국에 선처를 요청할 용의가 있다.
또 좌경·용공혐의 구속자문제에 대해 최근 당국이 분류한 유형을 보면 첫째 극렬파괴자나 배후 조종을 한 세력, 둘째 극렬좌경학생, 세째 폭력주동자, 네째 공산서적을 출판한자, 다섯째 북괴 간첩사건등이다.
▲김총재=앞으로 양당이 구속자문제를 전향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사무총장·원내총무·인권옹호위원장등 양당대표 4∼6인으로 협의기구를 만들어 빠른 시일안에 구속자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이 협의기구 설치에 노총재가 반대하자) 구속자 문제는 중요한만큼 결말을 내기위해 우리 둘이 다시 한번 만나자.
노총재가 6.29선언 8개항을 발표했을 때 석방약속을 하지 않았느냐. 또 총재취임때는 구속자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한다고 했는데 새로 많은 사람을 구속한 것은 말이 안된다.
이번에 구속된 연세대 우상호군등은 모두 온건세력으로 생각한다.
이런 구속사태가 민주화로 가는데 도움이 안되니 대담한 결정을 해야 한다.
▲노총재=둘이 다시 만나는 문제는 검토해 보겠다.
연세대 우군의 구속사유가 외신기사에 의한 것인 줄로만 알려졌지만 그것은 극히 부수적인 사유다.
우군은 극력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극력 용공활동 혐의가 있어 구속된 것이다. 그들이 온건세력이라고 하나 온건세력으로 위장한것일 뿐이다.
그들보다 더 과격한 세력이 있다면 북괴공산주의자들일 뿐이다.
김총재를 개량주의자라고 하는등 그들의 목표가 궁극적으론 민주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누구든지 민주화를 자유롭게 말할수 있으나 폭력에 의존하는 것은 6.29이후에는 명분과 이유가 있을수 없다. 폭력과 좌경이 민주발전을 방해하는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치일정▲김총재=국회의원 선거 시기를 처음에는 대통령선거 한달후쯤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동토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헌법을 자주 개정할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 동토선거를 치르면 앞으로 4년마다 동토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어려움이 생긴다.
새 대통령에 새 국회가 구성되는 것이 원칙이나 그동안 민주화 일정이 늦어졌으니 국회의원 선거는 내년 2월25일이후 2개월이내에 하자.
대통령선거법·국민투표법·선거관리위원회법·국회의원선거법 등 부수법안은 8인대표회담에서 다루도록 하자.
국회의원 선거구는 인구비례에 의한 소선거구제를 채택해야 한다.
(노총재가 이견을 제시하자)
이 문제는 아직 시간적 여유가 조금 있으니 8인대표회담에서 다시 논의토록 하게하고 우리도 기회가 되면 다시만나 얘기해보자.
▲노총재=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새 국회가 시작되는 것이 국민의 뜻이자 순리라고 본다.「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는 말이 있듯이 새 대통령은 새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하는게 국민이 바라는 것이고 한때 야당측도 그렇게 희망했다.
새 헌법에 의한 새 대통령선출, 새 국회 출범은 바람직하다. 또 국민에게 지자제를 내년5월에 실시할것을 약속했다. 만일 국회의원선거를 민주당 의견대로 한다면 선거가 중복되어 복잡한 일이 발생한다.
선거시기에 대해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므로 대통령선거법등 부수법안과 함께 8인회담에 넘기자.
◇거국내각 ▲김총재=선거를 공명정대하게 치르려면 거국내각, 또는 중립적 선거관리내각이 꼭 필요하다.
▲노총재=과도내각은 행정상 공백이 생겼다거나 혁명이 일어났을때 하는것이다. 그렇지 않은데도 선거때마다 과도내각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 또 그런나라도 없다. 민주당은 현정부의 공명선거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노사문제 ▲노총재=어떻게 해서라도 노사문제는 자율적으로 법적·제도적 테두리 내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근로자들의 욕구분출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욕구가 충족될수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파괴행위, 외세의 개입, 정치권의 개입은 용납될수 없다.
특히 좌경·용공세력의 노학연계투쟁에 대해서는 확고히 대처해야한다.
정권도 좋으나 나라가 있고서야 정권이 있는 것 아니냐. 최근 일련의 무책임한 행동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대우조선분규에서 보인 일부 재야의 행위는 매우 곤란하다.
이를 방치할 경우 노사분규가 정치투쟁으로 변질되고 확대되어 시민생활에 걷잡을수 없는 혼란을 일으킬뿐만 아니라 대학가가 그들의 기지화함으로써 앞으로의 선거가 극히 어렵고 민주발전이 좌초될 위험이 있다.
▲김총재=정부가 노사분규를 치안차원에서 다루려하면 안된다. 그동안 문제가 발생하면 구속을 능사로 하여 노사문제가 더 커진 것이다. 빠른 시일내 노동3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노동관계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노사문제는 어디까지나 노동자와 기업가가 대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토록 해야한다.
◇지자제 ▲김총재=우리 당은 내년에 새 대통령이 취임한후 올림픽개최 이전에 전면적으로 실시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년 올림픽은 민선서울시장이 주관하면 밖에 대해서도 얼마나 떳떳하겠느냐.
실시시기는 국회의원선거와 관련이 있는만큼 5월중 하는것이 좋겠다.
▲노총재=민정당은 내년5월 지자제실시를 국민에게 공약했다.
◇통일 논의 ▲노총재=특정정당이나 특정개인이 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통일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 앞으로 이런 일은 신중히 거론돼야할 것이며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김총재=그런 문제는 양당간에 합의할 것이 못된다고 본다. 민주당으로서는 통일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는만큼 이문제는 신중한 생각을 바탕으로 결정돼야 한다. 다만 우리는 통일문제가 자주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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