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주장한 '학제개편', 10년간 제자리 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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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왼쪽)가 지난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시대 대학교양교육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왼쪽)가 지난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시대 대학교양교육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6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초중고교 학제 개편을 제안했다. 현재의 초ㆍ중ㆍ고 12년 체제를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ㆍ직업학교 2년으로 개편하는 방안이다. 유치원 2년도 의무교육에 포함하고 초등학교 입학 연령은 만5세로 1년 앞당기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육계에서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회 혼란을 막고 막대한 예산을 확보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학제개편안, 2007년 이후 4차례 논의
사회 혼란, 재정문제 해결못해 모두 '폐기'
"구체적 계획 없이는 말잔치 반복될 것"

학제 개편은 2007년부터 10년간 수차례 논의됐다. 그러나 번번이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좌초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1년 남긴 2007년 2월, 고위 당정회의에서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 전략’을 발표하며 학제 개편을 제안했다. 당시 당정은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부족에 대처하겠다”며 “사회 진출 연령을 2년 낮추겠다”고 밝혔다. 사회 진출 연령을 낮출 방안은 초등 입학 연령을 만5세로 1년 앞당기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를 3월에서 9월로 앞당기고, 군복무기간도 단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사회적 비용이 과다하게 들어간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부는 계획을 철회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2009년 11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대책으로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내놨다. 육아 비용을 경감시킨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반박에 밀린데다가 주무 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검토도 이뤄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난 2014년 12월, 정부 경제정책 방향의 하나로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가을학기제’ 도입을 제시했다. 대다수 선진국처럼 9월에 학기를 시작해야 유학생 모집에 유리하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유학생 유입으로 인한 이익보다 지출해야 할 비용이 크다는 지적에 밀려 제대로 검토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사라졌다. 당시 한국교육개발원은 학기 조정에 10조원이 들어간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어 2015년 10월에는 새누리당이 저출산 대책으로 초등학교 입학을 만5세로 앞당기는 동시에 초등 5년, 중고교 통합과정 5년으로 바꾸는 개편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번에도 정부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채 ‘제안’으로만 끝났다.

교육계에서는 학제 개편이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정책본부장은 “학제를 바꾸면 입시, 군복무, 채용 등 모든 것이 영향을 받게 되고 교사수급, 학교시설 등의 변화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계획 없이는 역대 정권에서 반복됐던 것처럼 말잔치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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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의 공감대 없이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의제를 제시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여러 개편에 대한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교육 현장에서 깊이 연구해야 할 문제다.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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