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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간 기증자 회복 속도 높인 복강경 간 절제술 안전성 입증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권선미 기자]

담도폐쇄증을 앓던 생후 8개월의 정모양은 태어날 때부터 담즙이 장으로 배출되지 않아 간을 망가뜨리는 선천성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간경화로 간 기능 대부분을 잃은 정양이 살 길은 34세 엄마의 건강한 간을 이식받는 생체 간이식 수술뿐이다. 수술은 결정됐지만, 가족들은 엄마의 배에 남을 30cm 이상의 큰 흉터와 통증에 대한 걱정이 컸다. 간 절제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팀은 엄마의 간을 복강경으로 절제하기로 결정했다. 정양의 간 이식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기증자인 엄마도 합병증과 큰 흉터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일주일 만에 퇴원했다.  

간 이식 수술에서 기증자의 안전과 삶의 질을 높이는 복강경을 활용한 간 절제 수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6일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팀이 2008년 국내 최초로 복강경을 이용해 간 절제에 성공한 이후 2016년까지 총 50건의 복강경 간 절제술을 합병증 없이 모두 성공했다고 밝혔다. 복강경 간 절제술은 뱃속에서 모든 수술과정이 이뤄져 간과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또 개복 수술과 달리 겉으로 드러나는 흉터가 적어 회복속도가 빨라 간 기증자의 수술 후 삶의 질을 높인다. 

간은 복강경을 활용하기 어려운 장기다. 오른쪽 상복부 안 쪽에 위치해 있어 노출이 어렵고, 출혈이 생길 수 있어서다. 김기훈 교수틈은 간 기증자의 배에 1㎝도 안되는 작은 구멍 5개를 뚫은 후 복강경 기구를 뱃속에 넣고 간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복강경 간 절제술을 진행한다. 수술시간이 개복수술과 비슷해 이후 생체간이식 진행에 어려움이 없는데다 기증자의 신체적 부담없이 대량으로 간 절제가 가능하다.

간 이식 수술은 말기 간 질환 환자에게는 중요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간 기증자는 간 기증을 위한 생체간이식 수술 전에 신체적 통증과 불편감을 경험한다. 특히 수술로 생기는 흉터와 합병증 같은 불확실한 문제로 간 기증을 망설인다. 복강경 간 절제술이 이 같은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다. 아산병원에서 복강경으로 간을 절제한 사람의 78%는 여성이다. 이중 45%는 미혼이다.  

복강경 간 절제술은 개복수술과 달리 작은 구멍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모든 간 기증자에게 적용되기는 어렵다. 비교적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간우엽절제는 2014년도부터 복강경으로 진행됐다. 김기훈 교수는 “간 기증자의 혈관·담도 위치나 모양 등을 고려해 복강경 간 절제술을 시행하면 기증자에게 가장 안전한 수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성인생체 간이식을 위한 기증자의 복강경 간우엽절제술에 관한 이번 연구는 세계이식학회 학회지(Transplant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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