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급 파괴’ 말리부에 흔들리는 중형차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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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3월 5일까지 카카오택시 이용 고객 중 추첨을 통해 말리부를 시승할 수 있는 ‘말리부 스마트 드라이빙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진 한국GM]

한국GM ‘말리부’ 판매가 거침없이 늘고 있다. 1월 자동차 내수 판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말리부는 3564대가 팔려 중형 세단 시장 판매 2위로 도약했다. 처음으로 르노삼성차 SM6(3529대)를 꺾었다. ‘부동의 1위’인 현대차 쏘나타(3997대)와 판매 격차를 400여대로 좁혔다. 기아차 K5(2004대)는 큰 차로 따돌렸다.

1월 내수판매량 SM6 제치고 2위
부동의 1위 쏘나타와 400대 차이
고출력 엔진에 그랜저급 외형 먹혀

이일섭 한국GM 마케팅담당 전무는 “쏘나타 위주였던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말리부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자평했다.

특히 경쟁차와 달리 가솔린 모델만으로 2위에 오른 점이 두드러진다. 쏘나타·SM6는 디젤은 물론 LPG 모델도 팔고있다. 법인용·영업용·렌터카·택시 등으로 판매하는 LPG 모델과 달리 가솔린 모델은 일반 소비자가 대부분이라 실제 시장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다. 말리부는 이 시장에서 이미 지난해 6월부터 1위를 지켜왔다.

말리부 인기는 ‘차급 파괴’ 덕을 톡톡히 봤다. 특히 크기가 쏘나타·K5는 물론 ‘준대형’급인 그랜저에 육박한다. 말리부의 전장(길이)은 4925㎜, 그랜저(4920㎜) 보다도 5㎜길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830㎜로 쏘나타·K5(2805㎜) 보다 25㎜ 길다. 외형은 중형차지만 내부 공간은 준대형차 수준이란 얘기다. 한국GM이 “말리부는 ‘중형차 이상의 중형차’”라고 자랑하는 이유다.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은 높인 ‘다운사이징’ 엔진을 얹은 것도 특징이다. 특히 말리부는 1.5L 터보 엔진 모델까지 출시했다. 준중형 세단인 현대차 ‘아반떼’의 주력인 1.6L 모델과 겹친다.

말리부는 본래 뼛속까지 ‘미국차’다. 이번 9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기까지 40여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중형 세단의 표준 역할을 해 온 차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 들여오기 위해 총 50개월의 개발 기간 중 18개월 동안 인천 청라주행시험장에서 담금질하는 과정을 거쳤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