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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종식 후 103개국 모병제 시행, 76개국은 징병제 유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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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호 05면

 군 병력 모집 해외에서는 어떻게

1968년 미국 대선에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 캠프는 모병제를 대표 공약으로 내놓았다. 베트남전 참전을 둘러싼 논란이 날로 커지던 와중이었다. 병역 기피자들이 갈수록 늘면서 소수의 젊은이들에게 병역 책임이 집중되는 불평등 문제가 불거지던 당시의 사회 정서를 파고드는 전략이었다.

닉슨, 모병제 대선 공약 내세워 당선 #러시아·중국은 혼합형 제도 운용

격전 끝에 휴버트 험프리 민주당 후보를 제친 닉슨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모병제를 강력히 밀어붙였다. 2년 뒤엔 모병제 전환을 골자로 한 수정병역법을 입법했다. 징병을 통해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는 비용이 모병을 통해 군을 슬림화했을 때 드는 비용보다 더 높다는 실용적 계산법을 토대로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로써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30여 년간 유지됐던 미국의 징병제는 1973년 모병제로 바뀌게 됐다.

냉전이 끝난 90년대 이후엔 모병제 도입이 전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았다. 현대전의 특성상 병력의 양보다는 질적 역량에 주목하게 되면서다. 이후 이들 나라에서는 첨단과학으로 무장한 무기 체계와 기술집약적인 전투 병력이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모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103개국으로 유엔 회원국(192개국)의 53.7%에 달한다. 반면 이스라엘·스위스 등 76개국은 여전히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모병제를 도입한 국가 중 상당수는 모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을 치르면서 사면을 대가로 재소자를 입대시키고 시민권 부여를 조건으로 불법 체류자를 모병하기도 했다. 프랑스도 모병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자 다시 징병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심각하고 고민 중이다.

대만은 2015년부터 모병제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원자가 정원에 크게 밑돌자 2017년으로 도입 시기를 한 차례 늦췄고, 이마저도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징병제와 모병제를 혼용하고 있다. 병영 내에서의 반인권적 범죄로 몸살을 앓던 러시아는 2017년엔 군 병력의 70%, 2020년엔 90% 수준까지 모병제로 충당하기로 했다. 중국은 1999년 개정병역법에서 의무병역제도를 전문에서 삭제하고 ‘의무병과 지원병을 상호 결합한다’고 규정한 뒤 징병제를 기본축으로, 모병제를 바퀴살로 삼은 혼합형 병역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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