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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현빈의 ‘멋짐 폭발’ 치밀하게, 박력 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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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남북한 최초의 경찰 합동 수사를 그린 액션영화 ‘공조’(1월 18일 개봉, 김성훈 감독).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 조직 보스 차기성(김주혁)을 추적하는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의 공조 수사가 125분 동안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특히 추격전·카체이싱·대규모 총격신 등 시종일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버라이어티’한 액션 장면들은 ‘공조’가 일궈 낸 가장 큰 성취. 오세영 무술감독을 만나 ‘공조’의 액션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었다.

오세영 무술감독이 ‘공조’와 만난 건 2015년 가을이었다. 이 영화의 제작자 윤제균 감독은 ‘퀵’(2011, 조범구 감독) 등 여러 영화를 함께 작업한 오 무술감독에게 ‘공조’의 무술을 맡아 줄 것을 제안했다. 이미 ‘용의자’(2013, 원신연 감독)에서 북한 특수 요원의 액션을 담당했던 그는 “두 영화의 컨셉트가 비슷해, 처음엔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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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 액션 비하인드 스토리

오 무술감독은 김태강 공동 무술감독, 서정수 카스턴트(Car Stunt) 코디네이터와 액션의 밑그림을 그렸다. 윤 감독은 ‘옹박:무에타이의 후예’(2003, 프라챠 핀카엡 감독)처럼 살이 부딪히는 타격감을 살린 리얼 액션을 제안했다. 하지만 오 무술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액션 자체로 ‘림철령’이라는 캐릭터를 한 인간으로 보여 줄 수 있는, ‘정서적 액션’을 연출하고 싶었다. “‘용의자’가 ‘살인 기계’로 훈련된 지동철(공유)의 ‘기능적 액션’이었다면, ‘공조’는 철령이 임무 완수를 위해 한계를 극복해 가는 ‘감정적 액션’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그가 기성의 오른팔 성강(공정환)처럼 강력한 고수와 겨룰 때, 숨을 몰아쉬고 비틀거리는 등 힘들고 괴로워하는 반응을 추가한 건 그 때문이다. 그래야만 강적을 격파했을 때 관객이 느낄 쾌감도 두 배가 될 테니까.” 김성훈 감독도 오 무술감독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다. 지난해 3월 크랭크인해 촬영을 종료한 7월까지, 오 무술감독과 무술팀은 넉 달간 촬영장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리얼 추격전

‘공조’에서 주목할 것은 ‘액션의 다양성’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부터 맨손 격투·카체이싱·총격전 등 현란한 액션신이 코스 요리처럼 펼쳐지기 때문. 철령이 기성의 끄나풀 박명호(이동휘)를 쫓는 이태원 추격신은, 촬영 전 무술팀이 이태원 일대를 수차례 답사하며 동선을 치열하게 연구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특히 철령과 명호가 차량이 주행 중인 사거리를 건너는 위험한 장면은 정교한 사전 작업이 필요했다. 차량 운전을 맡은 무술팀원들은 종이에 교차로를 그려, 그 위에서 각자 미니 자동차를 잡고 움직이며 호흡을 연습했다. 그 후 넓은 장소에 나가 입으로 ‘붕붕’ 소리를 내며 자신이 운전할 차량을 몸으로 연기했다. 이렇게 익힌 리듬을 바탕으로, 무술팀은 빠르면서도 안전하게 차량을 제어할 수 있었다.

‘공조’에서 가장 돋보이는 액션은 빠르게 적을 제압하는 철령의 격투신. 이 장면은 ‘본’ 시리즈(2002~2016)를 연상시킬 정도다. 오 무술감독은 ‘용의자’ 때와 동일하게 북한의 주체격술과 러시아의 시스테마(Systema) 등 두 나라의 특공 무술을 혼합해 액션의 합을 짰다. 다만 그는 “빠른 편집 리듬 때문에 시스테마에 가까워 보였던 ‘용의자’와 달리, ‘공조’는 숏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두 무술의 특징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절제된 동작으로 상대를 격파하는 주체격술, 신체 유연성을 이용해 적을 제압하는 시스테마의 조합은 철령과 성강이 맞붙는 도박장 뒷골목 장면에서 실감 나게 드러났다. 특수부대 출신이자 ‘용의자’의 격투신에서 공유의 대역을 맡았던 김태강 무술감독의 역할이 컸다.

현빈의 연기 투혼

이처럼 현란한 액션이 125분 동안 숨 가쁘게 펼쳐지지만, 오 무술감독은 “예산·안전상의 문제로 인해 축소해야 했던 액션신이 많아 아쉽다”고 털어놨다. 울산 마성터널과 울산대교 사이에서 벌어지는 카체이싱 장면과 울산 화력발전소에서 벌어지는 클라이맥스 액션신이 그렇다. 특히 철거를 앞둔 화력발전소에서 촬영했기에 제작진은 차량이 발전소 벽을 뚫고 진입하고,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등 장대한 액션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발전소 측에서 화재 위험을 제기해, 촬영 직전 급히 계획을 축소해야 했다.

그러나 ‘공조’는 무술팀과 배우, 스태프들 사이의 끈끈한 ‘공조’로 인해 강렬한 액션 장면을 선보일 수 있었다. 특히 해병대 출신인 현빈은 거의 모든 액션 장면을 직접 소화해 낼 만큼 출중한 액션 감각을 발휘했다. 촬영 전 3개월간 훈련에 임한 그는 무술팀 회의 때마다 주변을 서성거리며 “제가 하면 돼요? 할게요!”라며 위험한 액션을 자청했다. 오 무술감독은 “와이어 없이 차량에 매달리겠다”는 현빈의 의욕이 “무서울 정도였다”고 했다. “달리는 차에 매달리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스턴트는, 운동신경 외에도 ‘깡다구’가 필요하다. 겁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스턴트맨에게 필요한 중요한 덕목이 그것인데, 그런 면에서 현빈씨는 최고다. 아마 더 어려운 액션영화도 척척 소화해 낼 거라 확신한다.” 유해진·김주혁 등 현빈에 비해 액션 비중이 적었던 주연 배우들 또한 촬영 현장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 투혼을 보여 줬다. 시종일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끈 김성훈 감독, ‘용의자’를 비롯해 여러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이성제 촬영감독도 ‘공조’의 액션을 만들어 낸 공신이다. “김태강 무술감독, 신영훈 무술지도에게 특히 고맙다”는 오 무술감독은, 무엇보다 “중상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기에 다행”이라고 말한다. “위험한 순간도 많았지만, 내내 즐거웠던 현장이었다. 아쉬움도 크지만, 관객 여러분이 좋아해 주신다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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