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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시청에 뜬 AI 공무원 뚜봇 “24시간 여권 상담해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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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민국 최초의 관공서 민원 응대 채팅 로봇(챗봇ㆍChatbot)인 ‘뚜봇’의 현장 투입을 앞두고 지난 1일 대구시청 6층 행복민원과 사무실에서 시청 직원과 개발자들이 사례별 대응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투명 아크릴에 비친 프로그램 소스 화면과 뚜봇을 점검하는 사람의 모습을 합성해 만든 이미지.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대한민국 최초의 관공서 민원 응대 채팅 로봇(챗봇ㆍChatbot)인 ‘뚜봇’의 현장 투입을 앞두고 지난 1일 대구시청 6층 행복민원과 사무실에서 시청 직원과 개발자들이 사례별 대응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있다. 투명 아크릴에 비친 프로그램 소스 화면과 뚜봇을 점검하는 사람의 모습을 합성해 만든 이미지.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여권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전달해야 합니다. 대답 반응 속도 역시 0.1초 안에 나오도록 해야 자연스러워요.”

A4용지 286쪽 분량 규정 등 입력
질문에 따라 스스로 조합해 대답
대구시, 3월부터 PC·모바일 서비스
“장기적으로 인력 재배치 고민해야”

지난 1일 오전 대구시청 6층 행복민원과. 박귀희(48·여) 대구시청 주무관이 옆에 있던 김남현(46) ㈜엘젠아이씨티 이사에게 말했다. 컴퓨터 화면엔 ‘뚜봇 키우기’라고 쓰인 프로그램이 실행돼 있었다. 책상엔 여권과 ‘Q&A’라고 쓰인 두툼한 서류뭉치가 놓여 있었다. 기자가 박 주무관에게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박 주무관은 “뚜봇에게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뚜봇 개발자인 김 이사는 “뚜봇은 대구시의 채팅 로봇(챗봇·Chatbot) 이름”이라며 “여권 관련 질문과 답변, 여권 규정을 뚜봇에게 주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등록·상수도 상담 업무로 확대 계획

3월 1일 0시. 대한민국 최초의 행정 민원 응대 챗봇이 투입된다. 대구시 여권 민원 업무 현장이 챗봇의 첫 ‘근무지’다. 챗봇은 로봇 같은 실제 기계는 아니다. 카카오톡을 하듯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실시간 채팅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채팅으로 민원 업무를 물어보면 로봇이 대답하는 형태다. 뚜봇은 951가지 여권 관련 경우의 수(Q&A)를 대비한 상태다. A4용지 286장 분량의 여권 업무 규정도 모두 외웠다. 뚜봇은 사용자가 채팅으로 쓴 질문 중 쉼표·마침표·물음표 같은 불필요한 기호는 생략하고 문장만 읽어들인다. 미리 익힌 자료에서 글자 수와 주요 단어 유사어를 찾아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이다.

기자가 뚜봇을 미리 만나 민원 상담을 받아봤다. 스마트폰을 통해 뚜봇이 있는 대구시 여권 민원 상담 사이트에 접속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두드리소 로봇’이라고 쓰인 사각형 창이 나타났다. 접속 사실을 눈치챈 뚜봇이 “안녕하세요. 시민님”이라고 먼저 인사를 해왔다. “여권을 발급받는 데 얼마나 걸려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바로 “접수일 포함 4일 정도 걸립니다”고 응답했다. 의도적으로 ‘여권’을 ‘녀권’ 또는 ‘요권’으로 오타를 쳐봤는데 뚜봇은 ‘여권’으로 인식했다. 응용 질문을 던지자 엉뚱한 답도 나왔다. ‘비행기’라는 단어를 입력하니 “가로 3.5㎝-”라는 답을 반복했다. “몇 시니?”라고 묻자 “뚜봇”이라고 답했다.

김남현 이사는 “단어와 단어를 찾아 문장으로 만드는 인공지능(AI)의 문장 조립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며 “뚜봇의 답변 적중률은 현재 70% 수준인데 앞으로 1년 안에 90%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뚜봇 개발에는 1년이 걸렸 다고 했다.

답변 적중률 아직 70%, 엉뚱한 대답도

뚜봇이 민원 현장에서 자리 잡으면 상당수 공무원 업무를 대신하게 된다. 24시간 365일, 시간외근무수당도 필요 없는 ‘로봇 민원 전문 공무원’이 세상에 등장한 셈이다. 대구에서는 시청과 7개 구·군에서 46명의 공무원이 여권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22만여 개의 여권을 발급했다. 챗봇의 등장에 따른 인력 감축 가능성에 대해 행정자치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형화된 질문과 대답을 할 수 있을 뿐 복잡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최희송(58) 대구시 시민행복교육국장은 “뚜봇의 답변 적중률이 100%가 되고 장기적으로 복잡한 업무까지 처리할수 있게 되면 남는 공무원 인력 활용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완 행자부 공공서비스정책관은 “대구시의 시범사업 결과를 보고 전국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정형화된 서비스가 가능한 차량등록·상수도 관련 질의응답 업무에도 챗봇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서울=김윤호·염태정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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