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에 '묵묵부답'인 문형표 연금공단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6일 구속 기소된 문형표(61)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사퇴 의사를 여전히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에 사퇴 의사를 전달하는 대신 '결근'으로 처리하면서 이사장 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부터 결근 처리중

2일 연금공단 등에 따르면 옥중에 있는 문 이사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현재로선 변호인을 통한 사의 표명 등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무 이야기가 없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면회 시간도 하루 5분 정도에 불과해 공단 측도 정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문 이사장이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사실상의 '사퇴 거부'인 셈이다.

특히 문 이사장은 지난 1일부터 이틀째 결근 처리되고 있다. 결근할 경우 공단에서 보수는 지급되지 않는다. 구속된 이후 연차 등을 써왔지만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데도 보수를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달부터 결근 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연금공단은 문 이사장의 업무 수행이 어려운 관계로 이원희 기획이사가 이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1일엔 '국민연금 신뢰제고 실천결의대회'를 열고 투명하고 책임있는 국민연금 기금 운용을 다짐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문 이사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면 '해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달 말에 열리는 공단 이사회에서 해임 건의안이 통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단 이사 11명 중 4명이 건의안 상정에 동의를 해야 하며, 건의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이사의 과반수인 6명이 찬성해야 한다. 정부, 경영자 측 대표가 포함된 걸 감안하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이사회의 해임 논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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