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도 넘어섰다, 폴크스바겐 세계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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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의 신호탄일까? 배출가스 조작 여파에 흔들리던 독일 폴크스바겐이 ‘세계에서 가장 큰 완성차업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2~2015년 4년 동안 글로벌 자동차업계 1위를 지켜오던 일본 도요타가 지난해 폴크스바겐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도요타는 30일(현지시간)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대비 0.2% 증가한 1017만5000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판매(223만1000대)는 2.8% 늘었지만 해외 판매(794만3000대)는 0.5% 줄었다. 세계자동차공업연합회(OICA)에 따르면 같은 기간 폴크스바겐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1031만2000대를 기록했다. 도요타의 생산량(1021만3486대)도 폴크스바겐에 9만8914대 뒤지는 2위에 머물렀다.

글로벌 생산량, 도요타 제쳐
중국 시장 대결서 순위 갈려

두 기업의 승패는 중국에서 갈렸다. 폴크스바겐의 중국 판매량은 398만대로 전년보다 44만 대(3.6%)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에서는 디젤모델을 거의 판매하지 않았기에 이 같은 성장이 가능했다”며 “폴크스바겐의 주력시장인 중국에서 소형차를 대상으로 감세를 한 것도 호재가 됐다”고 전했다. 도요타는 전년보다 20만대 늘어난 121만 대를 중국에서 팔았다.

숫자로만 놓고 본다면 폴크스바겐 그룹은 디젤게이트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운 모양새다. 유럽에서의 환경규제 강화 불안과 배출가스 시스템 부정 조작 스캔들에 엮여있는 폴크스바겐의 입장에서는 글로벌 완성차업계 1위 타이틀은 브랜드 이미지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실적을 집계하는 OICA의 집계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도요타는 한 해의 생산량을 따졌지만 폴크스바겐은 운반량(Deliveries)으로 자동차 판매 실적을 집계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폴크스바겐은 전해 생산된 차량을 그 다음해 운반할 경우, 운반한 연도의 집계량에 포함시킨다”라며 다른 완성차업체와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 폴크스바겐 그룹의 레슬리 보스거 대변인은 “생산량와 운반량은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생산량은 내부규정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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