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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부차와 가격 비슷, 편견 깨는 렌터카 자가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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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마포에 사는 18년차 직장인 김 모 부장은 최근 10년째 타온 중소형 승용차를 팔고, 새 차를 구입하는 대신 렌터카를 선택했다. 그가 선택한 차는 배기량 2400cc의 검은색 준대형 승용차였다. 당장 수천만원에 달하는 차를 살 목돈이 없는 탓도 있었지만, 렌터카가 관리하기도 쉽고 3년 뒤에는 또 다른 신형차로 갈아타기도 쉽다는 주변 지인들의 조언도 영향을 미쳤다. 검정색 준대형차에 ‘허’자 번호판까지 달려있느니, 은근히 임원 차량을 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초기 목돈 덜 들고 월 납부액 적고
차 관리, 3년 뒤 갈아타기도 쉬워
보험료와 자동차세는 업체서 대납
롯데렌터카 개인고객 40% 늘어

차를 직접 구입하기보다는 빌려쓰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터카에 따르면 지난해 보유 차량이 총 16만대를 넘어섰으며, 이중 약 70%(11만673대)를 1년 이상의 장기계약 고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이상은 아니지만 6개월 이상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장기렌터카 이용자는 90%에 육박한다는 게 롯데렌터카 측의 설명이다. 필요할 때 3~4일 차를 빌려타는 사람보다는, 아예 한 번 빌린 뒤 자가용처럼 1년 이상 계속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장기 계약의 주고객은 여전히 전체 장기고객의 70%에 가까운 법인 즉 기업고객들이지만, 추세는 그렇지 않다. 법인 장기고객의 절대 수는 여전히 매년 조금씩 늘고 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렌터카를 임직원용으로 쓸 만한 회사들은 이미 대부분 이용하고 있고, 새로 렌터카를 구매할 회사들은 더 이상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표 참조>

하지만 개인이나 개인사업자들 중에서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8년 전인 2009년만 하더라도 전체 장기렌터카 고객 중 개인 비중이 4.5%에 불과했지만, 2013년 20%를 넘어선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2.2%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새로 장기 렌터카를 계약한 개인 고객만 보면 전년 대비 40.5%나 급증해, 최근 들어서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이 같은 추세는 업계 1위 롯데렌터카 이외에 대부분의 렌터카 업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왜 렌터카를 자가용처럼 장기간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을까. 지난해 11월 출시된 소비자가 3550만원의 현대차 그랜저IG(3000cc, 익스클루시브 모델)를 할부구매할 때와 렌터카로 이용할 때를 비교해봤다. 할부 구매는 36개월, 렌터카는 36개월 계약 종료 후 차량을 인수하는 조건이다. 개인 및 개인사업자가 일반적으로 장기 렌터카를 계약하는 기간은 보통 3~4년이다.

우선 보증금(선납금)은 일반적인 조건인 소비자가의 30%(1065만원)로 계산했다. 할부 구매를 할 경우 취·등록세(227만원)와 공채(49만원)·탁송료(11만원) 등을 포함해 초기 비용이 1373만원이지만, 렌터카는 보증금(1065만원)만 내면 된다. 당장 목돈이 부족한 젊은층이 렌터카를 많이 이용하는 주된 이유다.

매월 내야하는 비용은 할부구매 때는 매월 할부금이 74만원(현대차 홈페이지 공식금리 4.9% 기준)이지만, 렌터카를 이용할 때는 59만원(렌탈료)으로 상대적으로 싸다. 유지비용 역시 렌터카가 강점이다. 할부 구매 때는 3년간 내야하는 보험료(441만원, 26세 남, 최초가입 조건)와 자동차세(234만원)를 내야 하지만, 렌터카는 보험료와 자동차세를 모두 렌터카 회사에서 대신 내준다. 다만 3년을 이용한 뒤 렌터카는 할부 구매에는 없는 추가인수금(1172만원)과 자신의 이름으로 명의를 변경할 때 내야 하는 세금(157만원)이 추가로 든다. 이렇게 계산하면 렌터카는 총 4528만원으로 할부 구매 때(4722만원)보다 200만원 가까이 싼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할부구매 때 보험료는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결국 3년 조건으로 보면 렌터카와 할부구매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롯데렌탈 마케팅부문장 남승현 상무는 “최근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차란 ‘소유’하기보다는 ‘사용’하는 것이란 인식이 늘면서 개인 장기 렌터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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