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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모스크서 총격 테러…명문대생 용의자 둘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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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9일(현지시간) 벌어진 캐나다 퀘벡 주 퀘벡 시티의 이슬람사원(모스크) 총격 테러 용의자 2명이 현지 명문대 출신이라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폭스뉴스는 30일 캐나다 TV네트워크 TVA 누벨을 인용해 6명을 사망케 한 이번 테러 용의자가 무함마드 카디르와 알렉산드르 비소네트라고 전했다. 현지 라디오 캐나다는 용의자 심문에 관여했던 소식통을 인용해 용의자들이 퀘벡 시티의 명문 라발 대학교 학생들이며 이 중 1명은 모로코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총기 난사 후 경찰에 체포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퀘벡 시티 생트 푸아 지역에 있는 퀘벡 이슬람 문화센터에 복면을 쓴 괴한 2명이 난입한 것은 저녁 8시쯤이다. 이들은 저녁 예배 중이던 신도 50여명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로 인해 6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고 퀘벡 지방경찰이 밝혔다. 목격자들은 범인들이 퀘벡 사투리 억양을 썼고, 총을 쏘면서 “알라후 악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알라후 악바르’란 이슬람 신도의 신앙고백으로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범행 전 외치는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테러가 모스크에서 기도를 올리던 무슬림들을 겨냥한 것이란 점에서 이슬람극단주의와 연관짓기는 어렵다.

총리가 ‘트럼프 반이민’ 비판 다음날
저녁 예배 보던 무슬림 6명 숨져
“용의자 2명 중 1명 모로코 출신”
목격자 “범인, 알라는 위대 소리쳐”
퀘벡주 무슬림 20년 새 5배로 늘어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그는 “무슬림에 대한 테러리스트 공격을 규탄한다”며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고 종교적 관용은 캐나다인들이 지켜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테러는 트뤼도 총리가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캐나다의 이민 수용 정책을 거듭 천명한 가운데 벌어졌다.

29일(현지시간) 총기난사 테러가 벌어진 캐나다 퀘벡시티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현장에 있던 주민들이 경찰 보호 속에 대피하고 있다. 무슬림 신도들의 저녁 예배 시간을 노려 발생한 이번 테러로 6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경찰은 용의자 2명을 체포했지만 테러 동기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퀘벡 로이터=뉴스1]

29일(현지시간) 총기난사 테러가 벌어진 캐나다 퀘벡시티 이슬람사원(모스크)에서 현장에 있던 주민들이 경찰 보호 속에 대피하고 있다. 무슬림 신도들의 저녁 예배 시간을 노려 발생한 이번 테러로 6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경찰은 용의자 2명을 체포했지만 테러 동기나 배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퀘벡 로이터=뉴스1]

위키피디아와 크로니클저널 등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2010년 이후 발생한 테러(모의)는 손꼽을 만하다. 캐나다 경찰 당국은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테러 용의자를 사전에 사살한 바 있다. 같은 시기 미국에선 보스턴 마라톤 테러(2015년)를 비롯해 40건 남짓한 테러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30일 “총기 난사가 드물고 피난민들의 보호처 역할을 하던 나라에 닥친 충격”이라고 이번 사건을 표현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캐나다의 잠재적인 반이민·반무슬림 정서를 표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 캐나다에선 최근 몇 년 간 반무슬림 정서가 확산돼 왔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벌어진 모스크에선 지난해 6월에도 돼지 머리가 현관에 놓인 채 발견된 바 있다. 돼지고기 식육은 이슬람교에서 금기시되는 것으로 당시에도 무슬림을 겨냥한 ‘증오 범죄’로 해석됐다. 2013년 인근 온타리오 주 모스크에서도 돼지 피로 보이는 액체가 뿌려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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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의 나라인 캐나다는 종교·인종적 다양성을 옹호하며 이민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연 25만명가량 이민을 받아들이며 특히 2015년 11월 트뤼도 총리 취임 이래 시리아 난민만 3만9000명을 수용했다.

이번 총기 난사가 발생한 퀘벡 시티가 속한 퀘벡 주는 2011년 기준 인구 800만명 중 무슬림이 3.1%(약 24만3000명) 정도다. 1991년 0.6%(약 4만5000명)에서 5배로 급증했다. 때문에 무슬림 정체성 논란이 2015년 총선 이슈로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의 니캅(무슬림 여성이 눈만 내놓고 전신을 가리는 이슬람식 복장) 규제에 퀘벡 주민 90%가 찬성 의사를 밝혀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됐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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