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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소화 시킬겸 포켓스톱 산책"…포켓몬고가 바꾼 설 풍경

중앙일보

입력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포켓몬 사냥은 이어졌다. 이현 기자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포켓몬 사냥은 이어졌다. 이현 기자

가게들이 전부 문을 닫은 28일 밤, 서울 은평구의 한 골목으로 동네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걸음이 멈춘 곳은 중국집 입구에 세워둔 해태 석상 앞. 이미 열댓명이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든 채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포켓몬고 게임을 하러 '포켓스톱'을 찾아나온 이들이다. 포켓몬고 게임에서 포켓몬을 잡으려면 '포켓볼' 아이템이 필요한데, 이 포켓볼을 지정된 '포켓스톱'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건물 앞 조형물이 포켓스톱으로 지정돼있다. 동네 주민 이모(35)씨는 "떡국이랑 전을 많이 먹어 소화도 안되고, 산책할 겸 포켓스톱을 찾아 나왔다. 이 시간에 이 골목이 이렇게 붐비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

고향집이 어디냐에 따라 포켓몬 포획 '실적'이 엇갈리기도 했다. 설날 서울 양천구의 부모님 집을 찾은 심모(29)씨는 이틀 만에 게임 등급이 11레벨까지 올랐다. 부모님 집이 포켓스톱 3개가 겹치는 주상복합 아파트인 덕에 포켓몬도, 포켓볼 아이템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반대로 시골집에 내려가 손이 묶인 이용자들도 있었다. 경북 경주의 고향집에 내려간 노모(31)씨는 "이 동네에는 체육관(잡아둔 포켓몬으로 대결을 벌일 수 있는 곳)은 커녕 포켓스톱도 하나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고속도로에서는 포켓몬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절을 지내며 널리 알려졌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기간에 포켓몬고 이용자가 급증했다.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24일 291만명이었던 1일 이용자수는 26일 428만명, 27일 490만명으로 늘더니 설 당일인 28일에는 524만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이 설날 포켓몬고 게임을 한 셈이다.

연휴 내내 SNS와 온라인 게시판에도 포켓몬고 게임 이야기가 쏟아졌다. "서산으로 내려왔는데 포켓스탑이 없다" "방에 박혀서 아이돌 노래 듣던 사촌여동생들이 포켓몬 잡으려고 돌아다니는거 보고 좀 놀랐다" "시골에 하나있는 포켓스탑에 늦은 시각까지 사람들이 북적였다" 등 달라진 설 풍경을 엿볼 수 있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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