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미서 설 앞두고 40대 새터민 부부 음독…아내 사망·남편 중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구미에서 설을 앞두고 40대 새터민(탈북자) 부부가 독극물을 마셨다. 아내는 숨졌고 남편은 중태다.

30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 11시쯤 구미시 옥계동 한 아파트에서 새터민 정모(48·회사원)씨와 부인 손모(40)씨가 독극물을 마셨다. 이를 아들(17·고등학생)이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구미소방서 관계자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니 김씨는 호흡이 비정상적이었고 손씨는 의식과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부부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부인 손씨는 숨지고 남편 정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찰 조사에서 아들은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어머니는 안방에 누워 있고 아버지는 거실에서 구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이나 타살 흔적, 아들의 진술 등으로 미뤄 부부가 독극물을 마시고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정씨 부부가 최근 자주 다퉜지만 정확히 무슨 이유로 싸웠는지는 모른다. 방에 들어가기 전 아들에게 '우리 없어도 잘 살 수 있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독극물이 담겨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병과 토사물 등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부부가 마신 독극물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설 연휴가 끝나고 국과수 분석 결과, 유가족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31일 부인 손씨를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가릴 계획이다.

정씨 부부는 10년 전인 2007년 국내로 들어와 정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 새터민 단체에선 거의 활동하지 않았다. 30일 구미 한 대학병원에 마련된 손씨 분향소를 찾은 새터민들은 "지난 10년간 정씨 부부와는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사이지만 설을 앞두고 음독 소식을 듣게 돼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