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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도 2%로 시작”, 다크호스 6인 ‘히든 카드’ 승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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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 4 면

그야말로 ‘대선 춘추전국 시대’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여파로 이미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만 10명이 넘는다. 완주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최다 대선후보(2007년 12명) 기록을 경신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2년 대선 때 지지도 2%로 시작해 끝내 역전 드라마를 썼다. ‘문재인 대세론’ ‘반기문 대망론’ ‘안철수 자강론’ 등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바짝 뒤쫓는 출마자들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중앙SUNDAY는 정치·여론조사 전문가들과 함께 여야의 다크호스 6인을 ‘SWOT 분석 기법’으로 집중 해부했다.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바탕으로 각 후보 캠프에서 생각하는 필승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보수 혁신 시험대 선 유승민·남경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다크호스들의 위협 요인은 조기 대선이라는 변수였다. 헌법재판소가 3월 중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경우 4월 말에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경선 과정에서 인지도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주자들 걸음도 빨라졌다. 지난 22일 안희정 충남지사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시작으로 23일 이재명 성남시장, 25일 남경필 경기지사에 이어 26일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까지 연이어 출마 선언을 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확실한 대권 의지를 보이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설 직후 출마 선언을 저울질하고 있다.


옛 여권의 다크호스인 유 의원과 남 지사가 가진 약점은 보수의 위기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그 해법으로 자성과 보수 혁신을 꼽았다. 정 교수는 “현재 보수의 군소 후보들은 자성과 혁신을 이끌지 못한 채 떨어져 나온 패잔병 이미지”라며 “분당이나 제3지대 연합 등 정치공학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 말고 진정한 보수 혁신을 이끌어야 대선에서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5선 의원을 지낸 남 지사는 만 52세라는 나이에 비해 풍부한 정치 경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경기도에서 독일식 연정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한국형 협치 모델’을 만들어냈다는 점도 인정받고 있다. 남 지사는 25일 출마 선언 때도 ‘협치와 연정’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하지만 운수업체 대표였던 선친의 지역구를 이어받아 정치를 시작하는 등 초선 시절부터 따라다닌 ‘금수저 이미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남 지사 캠프 이성권 대변인은 “혼자만 독차지하는 ‘금수저’가 아니라 크게 나누는 ‘좋은 금수저’”라며 “남 지사는 여러 사람과 나누고 협력해야 함께 성장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설 연휴 기간 경기도 화성의 조류인플루엔자(AI) 거점 소독시설과 위안부 나눔의 집을 찾는 등 민생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유 의원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등 안보 이슈에서 확고한 보수색을 드러내면서도 보수 혁신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비판하고 각을 세우면서 개혁 보수의 아이콘이 된 것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반면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보여준 개혁 이미지가 보수 진영 내에서는 ‘갈등 조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는 데 신경 써야 할 것(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 의원 캠프 대변인 격인 민현주 전 의원은 “보수 분열에 대한 우려는 후보 간 구태 정치를 지양하는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본선에서 보수는 다시 뭉칠 것이고 진영 확장이란 측면에서 유 의원의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존재도 위협이자 기회”라며 “함께 경쟁하는 과정에서 유승민의 강인함과 논리력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다크호스 후보들이 넘어야 할 산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려야만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문 전 대표의 약점으로 ▶대세론 안주 ▶정책적 혼선 ▶포퓰리즘적 이미지 ▶자기 업적 부재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야권의 다크호스들은 ▶개혁성과 미래 지향성 ▶정책적·정치적 일관성 ▶현실주의적 사고 ▶자기만의 업적 등 문 전 대표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녀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바짝 쫓는 안희정·이재명]
현재 문 전 대표를 바짝 위협하는 주자로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꼽힌다. 이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에 이어 지지율 3위에 오르는 등 강력한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이 시장은 촛불 정국에서 선명한 메시지로 강성 진보층과 정치 불신층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득권에 대한 적대감으로 똘똘 뭉친 반(反)정치적 이미지와 중앙정치 경험 부족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 시장 캠프 김남준 대변인은 “적폐와 기득권 청산이 국민의 뜻이라고 믿고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변함 없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형과의 불화 등 가족사가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형제간 의절을 할 만큼 친인척 부패에 단호히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충청과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위권 후보 중에선 나름 안정적인 지지세를 유지하고 있다. 젊고 참신한 이미지와 원칙주의적 태도는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이 지나치게 남아 있는 점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의 대체재’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은 이미 캠프 내에도 감돈다.


박수현 대변인은 “문재인 대체재라는 프레임을 한 번에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안희정은 안희정일 뿐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안희정만의 이야기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산 이미지에 대해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그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통합의 정치 지형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손학규·김부겸·심상정도 절치부심]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선 손 의장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민주당 대표 시절 두 차례 야권 통합을 이뤄낸 통합의 리더십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경기지사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것이란 기대를 받는 건 강점이지만 반대 급부로 기성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건 약점이 될 수 있다. 촛불정국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김주한 공보실장은 “‘저평가 우량주’라는 말처럼 손 의장이 인기영합주의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 게 아닐까 싶다”며 “국가 지도자로서의 언행과는 별도로 중·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간결한 메시지를 내놓는 등 끊임없이 변신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때 대구에 민주당 깃발을 꽂자마자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이자 대권 잠룡으로 급부상했다. 중앙당과 거리를 두며 홀로 골목을 누비는 ‘벽치기 유세’가 먹힐 수 있었던 건 그의 뛰어난 언변과 특유의 친화력 덕분이다. 반면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으면서도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 건 위협 요인이다.


김 의원은 ‘달빛(달구벌-빛고을) 동맹’을 내세우며 영호남 민심 잡기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달구벌은 대구, 빛고을은 광주의 별칭이다. 허영일 공보특보는 “설 전후로 호남 방문 횟수를 늘려갈 예정”이라며 “사상 최초로 영남과 호남에서 동시에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나와야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전·현직 야당 대표도 진보와 호남의 기치를 각각 내걸고 출사표를 던졌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 이인제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 김관용 경북지사, 장성민 전 의원 등도 출마 채비를 마치고 본격 레이스에 뛰어들 예정이다.


그런 가운데 재선 서울시장 경험을 디딤돌 삼아 민주당 경선에 도전하려 했던 박 시장은 26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최근 박 시장의 지지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 판세가 크게 출렁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민주당 내 비문 성향인 이 시장과 김 의원은 물론 제3지대에 있는 손 의장에게 지지층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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