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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0㎝ 폭설에도 멀쩡한 울릉도,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지난 23일 오후 경북 울릉군에서 제설 차량이 한창 눈을 치우고 있다. 이날 울릉군에는 51.3cm의 눈이 내렸다.

도심에 50㎝가 넘는 폭설이 내린다면?. 아마 도시의 기능 일부가 마비 될 것이다. 10~20㎝의 눈만 내려도 도로 곳곳이 통제되는 서울의 광경은 익숙하다. 그런데 25일 섬 자체가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는 울릉도는 멀쩡하다. 울릉도에는 지난 22~24일 동안 70㎝가 넘는 폭설이 내렸다, 23일에는 하루 사이 51.3㎝의 눈폭탄이 떨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울릉도의 시내버스는 정상 운행하고 있다. 올 들어 하루도 대중교통이 마비되지 않았다. 승용차도 체인을 감고 도로를 달리고 있다.

고립된 마을도 없다. 울릉도가 큰 눈에도 끄떡없는 비결은 차별화된 제설 기법 덕분이다. 울릉도는 제설에 바닷물을 이용한다. 트럭에 물탱크를 싣고 다니며 호스를 이용해 바닷물을 뿌리는 것이다. 모두 5대의 트럭 중 4대는 2t 크기의 물탱크, 한대는 8t 물탱크를 장착했다. 울릉군 관계자는 “바닷물의 경우 액체이기 때문에 고체인 제설용 염화나트륨과 동시에 사용하면 효과적”이라며 “또 바닷물은 염분이 많고 비용도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산악도로에서 성능이 뛰어난 제설 차량도 한 몫 한다. 독일 벤츠사의 ‘유니목’이라는 모델이다. 울릉군은 큰 눈이 내리면 유니목 5대를 먼저 동원한다. 유니목이 산악도로가 많은 울릉도 곳곳을 다니며 큰 눈을 먼저 치운다.

주민들도 제설 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눈이오면 주민들이 힘을 합쳐 집 앞과 골목길의 눈을 치운다. 대부분 가정이 삽과 눈가래(눈을 밀며 제설하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울릉군은 큰 눈이 오면 케이블방송을 통해 ‘내 집 앞 눈은 스스로 치우자’는 자막을 내보내기도 한다.

폭설에 대한 대비도 철저하다. 주민들은 혹시 모를 큰 눈을 대비해 한달치 이상의 쌀과 라면, 통조림 등을 미리 준비한다. 또 눈길에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등산화나 장화, 쇠가 박힌 낚시용 갯바위 신발을 주로 신는다.

시내버스도 겨울이 다가오면 빙하길과 눈길 전용 타이어를 일찌감치 장착한다. 반복되는 폭설을 겪은 노하우인 셈이다. 주민 김재훈(32)씨는 “큰 눈이 오면 제설작업 때문에 몸은 힘들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며 “울릉도 주민들은 큰 눈이 내리는 것을 재해로 보지 않고 자연의 섭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대구=최우석 기자  choi.woo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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