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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무대로 간 터미네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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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그동안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의 후보로 거론되던 할리우드의 대표적 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56.공화)가 6일 마침내 출사표를 던졌다.

슈워제네거는 최근 앵커우먼 출신의 아내 마리아 슈라이버(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생질녀)의 반대로 출마를 포기하려는 의사도 비쳤지만 6일 NBC방송의 '투나잇 쇼'에 출연, 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출마 선언 직후 미 언론들은 이를 톱뉴스로 보도하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영화배우 출신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탄생할지 모른다"는 성급한 예측을 내놓고 있다.

슈워제네거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 로스앤젤레스 시장인 리처드 리오단과 함께 가장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꼽혔으며 이날 발표 직후 인터넷 회사 아메리칸 온라인(AOL)이 17만명의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본선에서 붙으면) 슈워제네거가 이긴다'는 전망이 75%(현 데이비스 주지사는 12%)에 달했다.

오는 10월 7일로 예정된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선거는 유권자들이 현지사를 신임하거나, 아니면 다른 후보를 고르는 것이다. 데이비스 지사는 에너지 위기, 재정적자, 예산안 부결의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초부터 공화당원들이 주도한 소환운동의 표적이 됐다. 지난달 14일 소환선거에 동의한 유권자의 수가 법적 기준(투표자수의 12%)을 넘어서면서 소환이 확정됐다.

하지만 슈워제네거의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소수계가 많은 캘리포니아가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점을 들어 간단치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구나 출마가 거론되던 민주당의 다이앤 페인스타인 현 상원의원이 민주당 표의 분산을 염려해 출마를 포기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같은 공화당 경쟁자인 리오단 전 시장이 "슈워제네거가 출마하면 나는 나서지 않겠다"고 한 바 있어 공화당 표가 흩어질 우려가 없고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주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선전한 적이 많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1950년 이후 주지사 7명 중 4명이 공화당 출신이다.

현재 소환선거 후보로는 포르노잡지 '허슬러'의 발행인인 래리 플린트, 소환운동을 주도했던 다렐 아이사 하원의원(공화) 등 1백20명이 난립해 있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 슈워제네거 약력

▶1947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경찰서장 아들로 출생

▶83년 미국 시민권 획득

▶84년 영화 '터미네이터' 시작

▶86년 케네디 대통령 생질녀(마리아 슈라이버)와 결혼

▶90년 백악관 체육담당 고문

▶92년 조지 부시 대통령 선거캠프 참여

▶2002년 캘리포니아주 주민발의 운동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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