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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갈비 뼈 폭 좁고 가늘면 국산, 넓고 굵으면 수입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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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조경자(60)씨는 집 근처 역 앞에 있는 전통시장을 자주 찾는다. 흥정도 할 수 있고 대형마트보다 값도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씨는 “나물이나 채소를 쭉 늘어놓고 국산이라고 써놨는데 살 때마다 맞는지 의심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명절 식재료 국산·외국산 구별법
‘냉동 = 수입산’‘냉장 = 국산’은 옛말
삼겹살 절단면 거칠고 길면 국내산
마늘·양파 뿌리털 없으면 수입 의심

설 연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 때면 농축산물 유통량은 급증한다. 원산지 표시 위반도 늘어나는 시기다. 안창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원산지관리과장은 “최근 원산지 거짓 표시 수법이 더 교묘해졌다”며 “공무원 단속이 뜸한 휴일이나 저녁에만 원산지를 허위 표기해 팔거나 진열대엔 국산을 진열해놓고 배송을 부탁하면 외국산으로 바꿔치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 과장은 “해외 산지에서부터 국산과 구별이 어렵게 재배하는 업자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소비자 스스로 원산지 구별법을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돼지고기는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 때마다 단골로 적발 건수 1위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그만큼 국산과 외국산 구별이 어렵다. ‘냉동은 외국산, 냉장은 국산’ 공식은 오래전에 깨졌다. 삼겹살은 특히 구분이 힘들다. 국산과 외국산 삼겹살은 근육이나 지방의 색깔 차이가 거의 없어서다. 삼겹살 원산지를 구별하려면 절단면을 잘 봐야 한다. 국산은 절단면이 고르지 않다. 보통 길게 잘려서 등심까지 일부 붙어있는 채로 팔리는 일이 많다. 국내에선 인기가 높은 삼겹살 부위를 최대한 크게 잘라 유통하기 때문이다.

미국·캐나다산 삼겹살의 길이는 국산에 비해 짧고 등심이 붙어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앞면과 옆면 모두 매끈하게 잘려있다. 돼지 목심은 지방층을 잘 봐야 한다. 국산은 지방층이 두껍고 경계가 뚜렷하다. 반면 미국·캐나다·칠레산 돼지 목심은 지방층이 얇고 경계도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명절을 맞아 선물·접대용으로 많이 쓰이는 소갈비는 뼈가 관건이다. 뼈의 폭이 좁고 가늘면 국산, 넓고 굵으면 호주·미국산일 가능성이 크다. 호주산과 미국산은 지방 색깔로 구분된다. 호주산은 보통 누런색, 미국산은 흰색을 띤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니라면 육안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 헷갈린다 싶으면 축산물 이력제를 활용하자. 소고기는 물론 돼지고기도 축산물 이력제로 국산이 맞는지 알아볼 수 있다. 축산물 이력제 홈페이지(aunit.mtrace.go.kr)에 들어가 포장지에 적혀있는 12자리 이력(묶음)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이력 자체가 뜨지 않거나 도축 날짜·품목이 일치하지 않으면 국산이 아닐 가능성 100%다.

마늘과 배추는 일단 아랫부분을 확인하는 게 좋다. 배추 밑동에 흙이 없고 지나치게 깨끗하게 잘려 있다면 중국산일 수 있다. 국산 마늘은 대부분 수염뿌리가 붙어있는 채로 유통된다. 중국산 마늘은 수염뿌리가 잘려있는 채로 팔린다. 양파도 마찬가지다. 뿌리털 대부분이 남아있으면 국산, 대부분 잘려나가 짧게 붙어있다면 중국산일 가능성이 크다.

명절 많이 쓰이는 대추는 원산지별로 색깔 차이가 꽤 난다. 국산 대추는 겉 색깔이 연한 적갈색, 과육도 연한 갈색을 띈다. 중국산 대추의 겉과 속 색깔은 국산보다 훨씬 짙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몸값이 오른 달걀은 국산·외국산 구별이 쉽다. 미국산 계란은 흰색, 국산은 갈색으로 확연히 갈린다. 오히려 소비자가 유의해야할 건 당국의 눈을 피해 유통되고 있는 불량 국산 달걀이다. 껍질에 실금이 가 있는 달걀은 세균에 오염됐을 수 있으니 무조건 피해야 한다. 육안으로 불량 달걀을 확인할 자신이 없다면 겉껍질에 숫자·영문이 찍혀있는 달걀을 고르는 게 안전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으로부터 등급 판정을 제대로 받은 달걀이란 의미다. 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www.ekape.or.kr)의 ‘등급계란정보’에 들어가 순서대로 글자를 입력하면 등급과 생산 이력 같은 세부 정보가 맞는지 확인할 수도 있다.

생선류는 육류보다 훨씬 구분이 어렵다. 특히 중국산 부세가 국산 참조기로 둔갑해 유통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눈 바로 위 다이아몬드 모양 돌기가 없다면 참조기가 아닌 부세다. 같은 참조기라도 중국산은 냉동 상태로 수입되기 때문에 등 색깔이 국산이 비해 검은빛을 더 띈다. 배 부분 황금빛도 중국산이 더 진하다.

원산지 허위표시가 의심되는 농축산물을 발견했다면 바로 농산물품질관리원에 전화(1588-8112)나 인터넷(www.naqs.go.kr)으로 신고하면 된다. 원산지 위반이 맞고 적발 규모가 크면 최대 500만원까지 포상금도 받을 수 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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