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ONG] 여고 졸업을 한 달 앞두고 해병대 캠프에 다녀왔습니다

TONG

입력

업데이트

by 조유진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 교육생들이 도구해안에서 ibs기초훈련 중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제공=해병대 1사단]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 교육생들이 도구해안에서 ibs기초훈련 중 바다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제공=해병대 1사단]

대입 시험을 마친 친구들은 운전면허를 따거나 가족끼리 여행을 갔다. 하지만 나는 시험을 끝낸 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해병대 캠프에 가는 것이었다. 이제 사회에 나가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단체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군대는 사회생활과 단체생활을 잘 보여주는 사회의 축소판이 아닐까. 해병대 캠프를 통해 단체에 적응하는 것을 배우고 싶었다. 주짓수(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무술)를 수련하며 다진 체력과 정신력이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 알아보고 싶기도 했다. 수능을 마친 나는 적은 용돈을 털어서 해병대 캠프에 지원했다.

해병대 캠프가 처음은 아니다. 2014년 겨울에 운동도 안 하고, 아무 각오도 없이 해병대 캠프에 갔던 적이 있다. 준비가 부족했던 탓인지 각개전투 훈련 중 오른쪽 어깨근육이 파열됐다. 이로 인해 많은 훈련에서 열외 당했고, 동기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수료를 하고도 매우 아쉬웠다.

그때의 한이 남아 올해는 주짓수를 하면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러닝도 하면서 입소 전에 몸을 만들었다. 최대한 많은 훈련을 하고 수료하자는 각오였다. 주변에선 “왜 사서 고생해?” “위험한 곳을 왜 가?”라고 의아해했다.

내가 참가한 캠프는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4박5일 일정이었다. 지난해 12월5일부터 30일까지 해병대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아 선발된 220여 명에게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

참가 자격을 받게 되자 주변 사람들의 우려가 떠올랐다. 막상 갈 생각을 하니 ‘화생방 훈련 버틸 수 있을까?’ ‘그 무서운 11m 높이에서 또 뛰어야 하나?’라는 두려움이 들었다, 해병대 서문을 지나 행정 안내실에서 신원조회를 할 때엔 ‘내가 왜 여기 지원했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가짐까지 약해진 건 아니었다.

나의 한계를 극복하다: 유격훈련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 교육생들이 해병대 1사단 유격교육장에서 유격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해병대 1사단]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 교육생들이 해병대 1사단 유격교육장에서 유격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해병대 1사단]

입소 전 주짓수 수련 중에 팔꿈치 인대가 늘어나 2주 동안 깁스를 했다. 유격훈련이 부담되는 팔 상태였다. 그래도 2줄 도하, 3줄 도하는 팔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아무 걱정 없이 했다. 문제는 외줄 도하였다. 외줄 도하는 매우 힘들고, 위험하기 때문에 희망자만 하라고 교관이 주의를 줬다. 애매한 위치에 멈추게 되면 구조하러 가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힘들면 바로 포기하라고도 했다. 남자 교육생들도 매우 힘들어하며 중간에 많이 포기했다.

팔이 걱정됐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싶었다. 내 차례가 다가왔다. 자세를 잡고 출발했지만 3분의 1도 못 가서 균형을 잃고 말았다. 전복되어 한 줄에 매달린 상태에서 오로지 팔 힘으로만 남은 거리를 건너야 했다. 중간 지점을 지날 때쯤 이미 팔 힘은 다 빠져버렸다. 옆 교육생들은 포기하고 구조를 받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못한 채 매달려 있었다.

정말 포기하고 싶던 그때, 반대편에서 교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육생! 할 수 있습니다. 줄을 당기십시오!” 힘이 다 빠졌지만 응원에 정신이 들었다. 조금씩 나아갈 때마다 팔이 점점 더 아파왔지만 끝내 악과 깡으로 도하에 성공했다. 장비를 풀 힘도 남지 않았다. “정신력이 대단하다”는 칭찬을 들었다. 이 훈련으로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안 되면 될 때까지’라는 해병대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극한 상황 속에서 느낀 ‘전우애’: 화생방 훈련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 교육생들이 해병대 1사단 화생방실습교장에서 화생방훈련에 임하고있다. [사진제공=해병대 1사단]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 교육생들이 해병대 1사단 화생방실습교장에서 화생방훈련에 임하고있다. [사진제공=해병대 1사단]

화생방 실습교장으로 올라가면서 두려움을 느꼈다. TV프로그램 ‘진짜사나이’에서 봤던 군인들의 괴로운 표정이 떠올랐다. 한숨만 나왔다. 옆 교육생이 “절대로 숨을 쉬지 말고 참으십시오. 가스 최대한 적게 마실 수 있습니다. 파이팅 하십시오”라고 말해주었지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방독면을 쓰고 들어갔다. 아까 그 교육생이 나의 손을 잡아 준 덕분인지, 걱정과 달리 나는 훈련을 아무 문제없이 마쳤다. 숨을 최대한 많이 참아서 가스도 별로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았다. 너무 따가워서 발을 동동 구르며 고통스러워하는 교육생이 많았다. 옆에서는 빨리 얼굴에 물을 부어달라고 난리가 났다.

모든 교육생의 화생방 실습이 끝단 뒤, 방독면을 벗고 한 번 더 들어갈 교육생 자원을 받았다. 여자 교육생들은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내 손을 잡아 주었던 교육생이 당당하게 나섰다. 그 모습에 나도 따라 나갔다. 방독면을 벗고 화생방 교장에 들어갔다. 입을 벌리는 순간 따가운 기운이 목 속을 찔렀다. 조금 버티려던 생각도 잠깐 가졌지만 주변 교육생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갈 때 휩쓸려 따라 나갔다.

눈은 바늘로 찌르는 것 같고, 얼굴은 칼에 베인 것 같았다. 가스를 너무 마셔 가슴이 답답했다. 목은 고춧가루를 밀어 넣은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지나고 나니 괜찮았다. 내게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해준 그 교육생의 얼굴에 물을 부어주었다. 이 훈련을 통해 우리는 친해졌고, 재미있는 추억을 남겼다. 아마 그의 응원이 없었다면, 화생방 실습장에 못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방독면을 벗고 다시 들어갈 용기는 당연히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응원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 교육생들이 해병대 1사단 공수훈련장에서 공정 훈련을 받고있다. [사진제공=해병대 1사단]

해병대 캠프에 입소한 교육생들이 해병대 1사단 공수훈련장에서 공정 훈련을 받고있다. [사진제공=해병대 1사단]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고, 체력은 물론 자신감과 정신력을 기를 수 있었다. 11m 높이에서 아무것도 잡지 않고 뛰어내렸고, 줄 하나에 의지한 채 헬기 레펠(하강)도 했다. 높은 곳에서 외줄 도하도 하고, 구보를 하면서 숨이 차기도 하고, 온몸에 근육통을 달고 행군을 했다. 12명이 한 조가 되어 어려운 장애물을 통과했고, 영하의 날씨 속에서 텐트를 치고 야전 취사를 하면서 추위와 싸웠다. 5분 안에 샤워를 하고, 자다가 중간에 깨서 불침번을 서고, 6시에 일어나 추운 연병장에 집합하는 생활을 했다. 고3의 터널을 지나 최고의 시간을 즐겨야 한다는 시기에, 나는 이 일들을 겪어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매우 뿌듯하다.

스무 살. 사회에서 많은 일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어떤 힘든 일이라도 뭐든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어쩌면 다음 여름에도 해병대 캠프를 신청할지도 모르겠다.

199기 해병대캠프 수료증. [사진=조유진 TONG청소년기자 1기]

199기 해병대캠프 수료증. [사진=조유진 TONG청소년기자 1기]

글=조유진(포항여고3) 제 1기 TONG청소년기자


▶10대가 만드는 뉴스채널 TONG
바로가기 tong.joins.com

Copyright by JoongAng Ilbo Co., Ltd. All Rights Reserved. RSS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