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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구설에 집안 싸움까지 … “초보 이미지 벗고 리더십 보여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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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호 7 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 열흘 만에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2일 귀국 후 곧바로 전국을 도는 강행군에 나섰지만 정치 초보적 언행이 잇따르면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캠프 내부에서도 주도권 다툼이 격화되면서 갈등이 날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18일엔 위안부 합의 관련 발언에 대한 질문에 “나쁜 놈들”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가 여론의 비난을 샀다. 반 전 총장이 취재진 앞에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도 “잔매에 골병드는 법”이라며 “반 전 총장의 강점은 유엔 사무총장 출신으로서 무게감인데 실수가 반복되면서 이미지가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전적으로 힘들다”는 지난 16일 반 전 총장의 토로도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당적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는 발언엔 곧바로 “신당 창당은 물 건너간 것이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캠프 관계자들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공개 석상에서 금전적 압박을 얘기한 것은 정치 초보이자 아마추어라는 걸 드러낸 말실수”라며 “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 표현을 하는 것은 자칫 유약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고 우려했다.


위기는 캠프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원조직인 마포팀 내부의 알력 다툼이 대표적이다. 김숙 전 대사가 이끄는 외교팀과 곽승준 고려대 교수 등 이명박(MB)계 출신 정치인 그룹의 신경전이 계속되면서 결국 곽 교수는 20일 중도 하차를 선언하고 캠프를 떠났다. 반 전 총장과 가까운 외교관들끼리 “내가 컨트롤타워를 맡겠다”며 주도권 경쟁을 벌인다는 얘기도 캠프 주변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 주변에서는 “충분히 극복하고 정리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은 “유엔 사무총장을 10년간 지냈다는 점에서 정치력은 이미 검증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안팎의 문제들도 조만간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유엔 사무총장 시절 521차례나 해외 순방에 나섰다는 설명에 “단련됐겠어”라며 반 전 총장에게 힘을 실어 줬다.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이 더 늦기 전에 캠프 안팎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초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확고한 리더십을 보여 주는 행보에 나설 계획”이라며 “노무현 정부 인사들까지 포용하는 등 캠프 진용도 한층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주 중 대선 출마를 공식화해 설 민심을 공략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정용환 기자 cheong.yongw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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