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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신인작가군의 작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80년대에 들어선 후 지금까지 우리소설 문단에 등단한 신인 작가는 1백 여명에 달한다. 신춘문예·문예잡지 추천·신인상 공모 등을 거쳐 매년15명 안팎의 새로운 작가들이 탄생돼왔다.
그러나 이들 신인 작가들의 이름 가운데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까다로운 문단 초년의 시련을 뚫고 나아갈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
작가는 그 이름의 새로움으로 독자에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의 신선한 충격을 통해 독자들의 가슴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두는 것이지만 요즈음의 소설문단에서 그러한 패기의 신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독자들은 기성의 문학적 관습에 언제나 길들여져 있어서 새 목소리에 냉담한 것이 보통이고 문단의 활동 무대도 새 얼굴에 자리를 비워주지 않으려는 보수적 속성이 강하다. 이런 상황적 무관심을 참지 못하는 작가는 자신의 조급성때문에 쓰러진다.
근래에 첫 작품집을 낸이승우,이상문,최정주,이원규,오정아,노명석등의 소설은 모두 신인작가들의 활동부진을 우려해온 문단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노작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작품집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를 반성해 볼 수 있다.
첫째 작가적 의욕만큼 그 의욕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소설적 방법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문과 이원규의 장편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제의식과 의욕은 기성의 작가들이 따르기 어려운 진지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의 소설적 형상화에 있어서 이야기 구조의 균형과 서술의 긴장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지 못한 약점이 노출되어 있다.
둘째 소설적 주제의 참신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승우가 보여주고 있는 소설적 관점은 이 작가의 역량이 예사롭지 않음을 말해주기에 충분하며 최정주·노명석의 경우에도 단단한 짜임새를 지니고 있는 작품들을 많이 발표하고 있다.
오정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작가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신인다운 새로운 주제의 발견이 아쉽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기 자신만이 지닐 수 있는 우위의 관점과 주제의식에 의해 매개되는 작품만이 자신의 새로운 이름과 함께 자리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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