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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철광석 얻으려 정상들 직접 뛰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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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의 최대 천연가스 매장지는 서부와 북부 중앙 지역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2002년부터 북서부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타림분지에서 동부 상하이를 연결하는 서-동 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서부 광야지대에서 천연가스용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모습. [중앙포토]

최근 두바이유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연초부터 유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철광석과 석탄 값이 또다시 폭등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거의 전량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자원 확보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 한국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본지는 세계 각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원 확보 전장'에 기자 5명을 파견, 각국의 노력과 실태, 그리고 한국이 가야 할 길을 취재했다.

중국 저장(浙江)성의 해안 도시 닝보(寧波)에서 동남쪽으로 300km쯤 떨어진 동중국해 해상.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가스전 '톈와이톈(天外天)' 플랫폼을 건설하느라 한창인 이곳은 중국과 일본이 서로 자기네 해역임을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 구역이다. 이 일대는 약 72억t의 원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일본의 소유권 다툼이 계속되는 대표적인 자원 분쟁 지역이다. 지난해 5월 중국이 가스전 건설을 강행함으로써 이곳 해역엔 요즘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돌고 있다. 현장 관계자는 "매일 오전 10시를 전후해 일본 정찰기가 나타나고, 이에 맞서 중국 경비정과 잠수함도 수시로 주위를 돌며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이곳의 분위기를 전했다.

자원 확보 경쟁이 국제 분쟁의 불씨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원의 보고인 남중국해.북극해 해역에선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대립 중이다(5면 그래픽 참조). 전문가들은 "최근의 자원 확보 전쟁이 과거 열강들의 식민지 쟁탈전을 방불케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외교전=21세기 들어 각국 정상들의 발걸음은 중남미.아프리카.카스피해 인근 국가 등으로 집중되고 있다. 자원은 있으나 개발이 안 된 나라들을 찾아 투자하고 대신 자원 개발 내지 수입 권한을 약속받기 위한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2004년 말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 등 중남미 국가를 방문해 도로.주택.통신 분야에 모두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원의 이동도 외교와 역학 관계에 따라 수시로 뒤바뀐다. 200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시베리아에서 생산될 원유를 중국에 최우선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그 후 일본이 송유관 건설에 7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자 러시아는 우선 공급 대상을 일본으로 바꿨다. 석유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본이 미국과 공동 군사 훈련을 하는 등 러시아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시 중국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세계 경찰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은 카스피해 인근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이 정권을 세습하고, 우즈베키스탄이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해도 침묵하고 있다. 미국이 함구하는 이면에는 석유를 많이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 점점 강해지는 자원 민족주의=러시아는 원유와 가스를 속속 국유화하고 있다. 특히 가스 수출은 국영 기업 가스프롬이 통제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도 피해를 보았다. 한국가스공사는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에서 한국까지 가스관을 건설해 가스를 공급받기 위한 목표를 세우고, 이르쿠츠크 가스전을 가진 민영기업과 협상을 벌였다. 현지에서 사업 타당성 조사도 했다. 그러다 러시아가 가스전 및 송유관 국유화 방침을 밝히면서 가스전 보유 기업과의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처럼 자원 민족주의, 자원 국수주의 흐름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중동의 예멘 정부는 한국석유공사.SK, 미국의 엑손 모빌 등이 개발해 운영하던 마리브 유전의 생산 권한을 국영 석유업체 SEPOC에 넘겼다. SK 관계자는 "유가가 고공 행진을 하며 이윤이 높아지자 다른 나라에 줬던 생산권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스피해의 카자흐스탄 정부는 최근 법을 개정해 모든 광구의 지분 양수.양도가 이뤄질 때는 정부가 우선 매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취재팀 : 팀장=양선희 차장(경제부문), 미국=권혁주.서경호 기자, 중국=최준호 기자,

: 유럽.카자흐스탄=윤창희 기자(이상 경제부문), 호주=최지영 기자(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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