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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기업만이 살아남아… 자원 개발 성공률은 10 ~ 2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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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석유 메이저 업체인 엑손모빌이 지난해 3분기까지 254억2000만 달러(약 26조4300억원)의 순익을 올리자 '가격 밀약'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것도 바로 이런 비즈니스 특성 때문이었다.

세계 자원 업계는 메이저들의 세상이다. 석유 업계와 곡물 업계는 5대 메이저, 철광석 업계는 3대 메이저가 시장을 쥐락펴락 한다. 이 때문에 '어쨌든 자원 개발에 뛰어들려면 일단 메이저가 돼야 한다'는 게 이 업계의 상식이다. 1990년대 말부터 활발한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 21세기 신흥자원국으로 부상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중국 등도 이 같은 상식을 따랐다. 프랑스는 토탈, 스페인은 렙솔, 이탈리아는 ENI, 중국은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 등 먼저 특정 기업을 집중 지원해 몸집부터 확 불려놓고 자원 개발에 앞장세웠다.

철광석 업체인 CVRD, 리오틴토, BHP 빌리튼 등도 크고 작은 업체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이 과정에서 해당국 정부는 무한정 도왔다. '메이저들의 리그'인 자원 개발 업계에서 몸집이 작은 업체들은 설 땅이 없기 때문이다. 자원 업계의 가장 첨예한 시장인 석유 개발 업계는 양상이 복잡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대 초반까지 엑손.셸.BP.걸프.텍사코.모빌.소칼 등 7개 사가 '세븐 시스터즈'로 불리며 세계 업계를 주물렀다. 그러다 73년 1차 오일 쇼크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갔다. 자원 민족주의가 대두하면서 중동의 국영 석유회사들이 급부상했다. 90년대 합병 바람을 거치면서 석유 업계는 엑손모빌.셸.셰브론텍사코. BP.토탈 등 5대 메이저로 재편됐다.

현재 미국과 중국, OPEC 등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석유 메이저들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중동 등의 국영 석유회사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원 개발 사업이 '메이저의 리그'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시장의 폐쇄성 때문만은 아니다. 자원 개발은 깡통을 차기 십상인 사업이라는 점도 한 몫한다.

자원 개발에 성공하면 떼돈을 벌지만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업계에선 자원 탐사부터 개발까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평균 10~20%로 추정한다. 세계 전문인력과 첨단기술로 무장한 5대 메이저 석유업체들의 성공률이 25% 정도다. 곡물 분야도 독과점이라는 점에서 사정은 비슷하다. 카길을 비롯,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드레퓌스.벙기 등의 곡물 메이저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 팀장=양선희 차장(경제부문), 미국=권혁주.서경호 기자, 중국=최준호 기자,

: 유럽.카자흐스탄=윤창희 기자(이상 경제부문), 호주=최지영 기자(국제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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