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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도시 보상 갈등, 조정자는 누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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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행정도시 건설은 서울 여의도의 20배가 넘는 2210여만 평(주변 지역 6800여만 평) 규모의 도시를 25년에 걸쳐 만드는 건국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다. 토지 등에 대한 보상 문제는 그 성공적 출발의 열쇠로 꼽힌다. 그러나 당초 출발은 역시 순탄치 않았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보상금액이 윤곽을 드러낸 지난해 12월 19일부터 이에 반발하는 주민들의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다. 국도를 점거하고 가스통에 불을 붙이는 극한 의사표출이 어김없이 재현되었다.

주민들의 요구는 안정적인 생활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보상액이 논은 평당 50만원, 밭은 40만원 이상의 실거래가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공사가 발표한 1차 손실보상액은 논 26만원, 밭 24만원이었다. 이 밖에도 주민들은 축산업의 폐업 보상과 이주자 택지공급방법 개선 등을 요구하며 "협상은 사실상 이제부터"라고 공언했다. 반면 2일부터 본격 업무에 돌입한 행정도시건설청은 현재의 보상금액이 단순히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토지이용 및 주변거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거의 시세에 가깝다고 밝혔다.

사실 정부는 보상심의 시 예정지 주민들을 일일이 방문해 가구별 실태를 파악하고 2707건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해당사자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보상추진협의회를 통해 안건을 하나하나 조정했다. 보상을 위한 감정평가도 주민추천기관이 포함된 3개 기관에서 실시했다. 건설청은 이처럼 소위 '맞춤형 보상'에 근접 산정을 했다고 보기에 추가협상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보상을 둘러싼 갈등은 수면 아래 잠복 중일 뿐 해소된 것이 아니다. 누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와 주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을 것인가. 필자는 누구보다 지역 언론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은 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합의를 창출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언론은 지역사회의 합의와 통합을 통한 공동의 유대감 형성을 존재의 근거로 삼기 때문이다.

행정도시 예정지를 주요한 취재권역으로 하는 충남 지역 신문과 방송은 그간 행정도시 유치에 사운을 걸다시피 했다. 그런데 보상이라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극단적 행동이 표출되고서야 부산을 떨고 정부의 관급자료를 여과 없이 중계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이라도 주민과 정부를 대화의 광장에 불러내 이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조정하는 적극적 행동을 해야 한다. 국토균형발전이란 시대적 과제에 동참하면서 지역 언론의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