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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기자] 연세대 ‘사이버 등록금 분쟁’ 뜨겁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세대의 ‘등록금 인상안을 두고 학교 당국과 학생회 사이의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힘겨루기는 여러 번 있었고 학생회의 투쟁이 ’등록금 일부 반환‘이라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학교와 학생회 모두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학교 당국은 ’묻지마 식 등록금 인상‘을 시도했던 예전과는 달리 연세대학교 인터넷사이트(www.yonsei.ac.kr)를 이용해 해명자료를 올리는 등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6일, 연세대학교가 ‘올해 등록금을 12%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학생들이 쓴 등록금 인상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쏟아졌다. 그러자 9일, 학교 재무처에서는 이례적으로 ‘연세대학교 등록금은 전국 사립대학중 어느 정도 수준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연세대학교는 ‘주간동아 499호’를 인용하여 연세대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등록금을 많이 내는 학교 사이의 차액이 평균 62만 5250원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자료를 본 후 학교가 이 글을 올린 의도를 모르겠다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많은 학생이 ‘등록금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그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답글을 달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기획실 측에서 자금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2005년도 회계연도의 교비회계 자금 예산서를 올린 것이었다. 그러나 한 학생(ID: breeze)이 작년 9월 15일 중앙일보 보도를 인용, 학교 교직원들의 평균 인건비가 너무 비싸다며 ‘등록금을 인상하기 전에 교직원 임금부터 깎으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 연세대학교 기획실은 1월 11일자 발표를 통해 교원 인건비에는 비전임 직원 인건비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중앙일보의 보도는 잘못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학생회도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여 등록금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그들은 학교 인터넷 게시판에서 ‘학교 예산의 이월 적립금이 꽤 많았는데 모두 사라졌다’고 주장하면서 그 사용처를 밝히라고 학교 당국을 압박했다. 또, 총학생회장 이성호(23, 사회학과 4학년)씨는 ‘반드시 등록금 인상을 막아내겠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 메시지도 잇따랐다. 한편, 연세춘추는 자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신문 사이트에 등록금 관련 특집 보도를 5회씩이나 하면서 학생회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 학생들과 학교간의 힘겨루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11일, ‘재정 안정을 위한 등록금 인상 배경 및 교직원 고통 분담 계획’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학생들에게 학교가 등록금을 올린 이유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생 뿐만 아니라 교직원도 조금씩 희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생들의 자유공간인 인터넷 게시판에 학교의 입장만 담긴 글을 그만 올리라’고 주장했다. 한편, 학생회는 지난 18일, 예비 학교 OT에서 새내기들에게 사이버상으로 적극적인 지원해 줄 것을 부탁하는 등 등록금 인상 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학교와 학생 사이의 뜨거운 분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손동우/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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