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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 유럽'

중앙일보

입력

"17년만에 이룬 꿈이에요."

서초동 서래마을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비노인빌라'. 스튜어디스 출신 허선영 사장(43)의 꿈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직업의 특성상 세계 여러 곳을 가볼 기회가 많았던 허 사장은 동기들이 쇼핑하는 시간에 그 나라, 그 지역에서 맛있다는 레스토랑이나 예쁜 카페를 구석구석 찾아다녔다. '편안히 식사하며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영글어 가면서 마침내 지난해 12월 열매를 맺었다.

비노인빌라에 들어서면 유럽의 레스토랑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프랑스인이 많이 사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느낌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인테리어 때문이다. 세미클래식풍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이곳이 내세우는 자랑거리는 와인. 중앙대학교 와인스쿨을 이수한 허 사장의 철학이 담겨 있다. 와인을 주문하면 유명 와인바에서나 볼 수 있는 '와인 디켄팅'을 해준다. 디켄팅은 오래된 와인을 호리병 모양의 '디켄터'라는 기구에 부어 와인밑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걸러주고, 30분~1시간 정도 공기로 숙성시켜 주는 것으로, 와인의 맛이 더욱 깊고 풍부해진다. 이 때문에 외국인 손님과 와인 매니어들이 즐겨찾는다. 뿐만 아니라 170여 가지의 와인을 4만5000~49만5000원의 폭넓은 가격대로 만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20여 가지 맛의 파스타는 와인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진미다. 신선하고 그윽한 맛이 압권인 비노인빌라 파스타에는 두가지 비법이 있다. 하나는 건면이 아닌 생면을 쓰는 것. 제조기계를 갖추고 즉석에서 면을 뽑기 때문에 면발이 부드러우면서 탱탱하다. 또다른 비법은 여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스큐 버터'다. 붉은 색을 띠어 레드버터라고도 불리는 비스큐 버터는 바닷가재 껍질을 구워 버터에 녹여 만들었다. 이를 해산물 파스타에 넣으면 너른 바다의 향기가 오래도록 느껴진다.

'백리향과 마늘로 맛을 낸 양갈비구이'와 '홀그레인 머스타드 크림소스로 맛을 낸 바닷가재와 안심스테이크'도 손님들이 입맛을 사로잡은 단골메뉴. 특별주문한 달궈진 '토반'(황토로 만든 그릇)에 담겨 나와 음식 고유의 맛이 생생히 살아있어 어린이, 어른 가리지 않고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다. 또한 치즈케익.티라미슈.푸딩과 같은 디저트도 직접 만들어 달지 않으면서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비노인빌라에선 오래된 경력을 자랑하는 주방장을 찾아볼 수 없다. 허 사장은 젊은 감각의 창의적.진취적인 주방장을 택했고, 선택은 맞아 떨어졌다. 두명의 젊은 주방장은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자부심으로 항상 새로운 메뉴, 최고의 맛에 도전하고 있다. 젊은 손끝의 신선한 요리감각과 허 사장의 몸에 밴 서비스 정신의 만남. 비노인빌라가 '꼭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으로 자리잡은 이유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자정. 02-599-7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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