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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은 방명록을 좋아해?…긴 메모 옮겨적고, 빈소에선 편지글 남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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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고향인 충북 음성ㆍ충주 방문을 시작으로 ‘국민 속으로’ 현장 투어에 나서면서 그가 방문지에서 남긴 방명록 글도 화제가 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기자들 사이에서 “방명록 쓰는 걸 좋아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방명록에 긴 글을 남긴다.

13일 반 전 총장은 첫 공식일정으로 방문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쪽지에 메모해온 것을 보며 여섯 줄의 글을 남겼다. 15일 오후에 찾은 박세일 전 한나라당 의원의 빈소에서는 통상 이름만 쓰는 관례와 달리 편지글을 적기도 했다.

13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

13일 국립서울현충원 방명록

15일 박세일 전 의원 빈소 방명록

15일 박세일 전 의원 빈소 방명록

 내용은 주로 “지난 10년 간 UN 사무총장으로서 세계 평화와 인권 및 개발을 위해 노력한 후 귀국하였습니다(국립서울현충원)”와 같은 귀국 보고와 장소에 따라 애도(국립서울현충원, 천안함기념관 등)의 글을 썼다.

거의 빠지지 않는 내용은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국립서울현충원)”, “고인의 뜻을 받들어 한국사회의 대화합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박세일 전 의원 빈소)”,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미력이나마 진력하겠습니다(김해 봉하마을)”와 같은 앞으로의 다짐이다. 반 전 총장은 ‘미력이나마’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본인의 경험과 능력을 겸손하게 낮추면서도 대선 출마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5일 평택 2함대 천안함 기념관 방명록

15일 평택 2함대 천안함기념관 방명록

16일 부산유엔묘역 방명록

16일 부산유엔묘역 방명록

  방명록에 쓴 표현 때문에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17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참배하기 위해 찾은 봉하마을에선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사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라는 표현이 논란이 됐다.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따옴표까지 한 것은 슬로건을 넣겠다는 건데, 노 대통령이 구현하던 꿈은 ‘사람사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사는 세상’”이라며 “한두 줄 암기가 안 되면 그냥 수첩 보고 쓰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지향점을 생각한다면 '사람사는 사회'나 '사람사는 세상'이나 뭐가 다르냐. 괜한 꼬투리다"는 반론도 나온다.

17일 김해 봉하마을 방명록

17일 김해 봉하마을 방명록

18일 광주 5ㆍ18민주묘역 방명록

18일 광주 5ㆍ18민주묘역 방명록

18일 조선대학교 방명록

18일 조선대학교 방명록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며 10년 간 한국어를 자주 쓰지 않은 까닭에 문법에 어긋난 표현도 더러 등장한다. 17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쓴 '따듯(뜻)한', 19일 대전현충원에서 남긴 “서 있읍(습)니다”와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19일 대전 현충원 방명록

19일 대전 현충원 방명록

박유미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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